사고만 터지면 '현장 탓'..."책임전가하다 더 큰 사고 난다"

입력
2022.11.09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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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산업재해·열차 탈선 안전 사고 잇따르는 코레일
"현장 인력에만 책임 묻는 조직 문화 원인" 지적 나와
전문가 "현장 탓으로는 안전 문화 개선 안 돼" 쓴소리

영등포역 부근에서 무궁화호 열차 탈선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7일 서울 영등포역에서 코레일 관계자들이 열차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한국철도공사(이하 코레일)가 영등포역 무궁화호 열차 궤도이탈 사고와 관련 7일 오후 4시 정상운행을 목표로 복구작업을 펼치고 있다고 밝혔다. 사고복구 시까지 용산역, 영등포역에는 모든 열차가 정차하지 않는다. 뉴스1

영등포역 부근에서 무궁화호 열차 탈선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7일 서울 영등포역에서 코레일 관계자들이 열차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한국철도공사(이하 코레일)가 영등포역 무궁화호 열차 궤도이탈 사고와 관련 7일 오후 4시 정상운행을 목표로 복구작업을 펼치고 있다고 밝혔다. 사고복구 시까지 용산역, 영등포역에는 모든 열차가 정차하지 않는다. 뉴스1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서 올해만 벌써 4명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숨지고, 최근엔 열차 탈선 사고까지 잇따르면서 국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인력 부족과 열악한 작업 여건 등이 사고 원인으로 꼽히는 가운데 사고 발생 시 현장 인력에만 책임을 떠넘기는 조직문화를 꼬집는 전문가의 목소리도 나왔다.

한국의 철도 교통 시스템을 정리한 '거대도시 서울철도'를 쓴 '철도 전문가' 전현우 서울시립대 자연과학연구원은 8일 MBC 라디오 표창원의 뉴스하이킥과의 인터뷰에서 코레일 사고가 최근 몇 년 사이 유독 두드러지는 추세라며 대형 사고로 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 연구원은 "2000년대 들어 열차 탈선 사고는 매년 한자리 숫자에 머물며 급격히 줄어드는 경향이었는데 최근 상황이 역전돼 1990년대 초반 수준으로 되돌아가고 있다"며 "매우 이례적이고 굉장히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실제 큰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열차 탈선 사고만 해도 2020년 1건에서 2021년 9건, 올해는 벌써 13건에 달했다.


지난달 30일 새벽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서 의료진과 경찰, 소방대원들이 대규모 압사사고가 발생한 지역을 수습하고 있다. 뉴스1

지난달 30일 새벽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서 의료진과 경찰, 소방대원들이 대규모 압사사고가 발생한 지역을 수습하고 있다. 뉴스1

철도 사고 유형이 다양하고 복잡한 만큼 원인 규명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안전 사고가 터졌을 때 현장 인력에만 책임을 묻고 넘어가는 코레일의 그릇된 안전문화가 사고를 키웠다는 게 전 연구원의 진단이다. 전 연구원은 "사고가 거의 일어날 뻔한 '아차사고'에 조직이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안전문화의 초점"이라며 "현장에 책임을 떠넘기는 태도로는 안전을 지킬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아차사고'는 개인의 부주의나 시설 결함 등으로 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있었던 상황을 일컫는 말로, 비행 중인 항공기끼리 접근해 충돌할 것 같은 상황을 말하는 영어 표현 '니어미스(Near miss)'에서 유래됐다. 대형사고가 발생하기 전 관련된 수많은 경미한 사고와 징후들이 반드시 존재한다는 '하인리히법칙'과 함께 대형 사고의 징후를 알리는 표현으로 쓰인다.

'현장 탓'은 사고를 연쇄적으로 키우는 구조를 만든다. 아래로만 책임을 전가하다 보면, 현장에선 안전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처벌이 두려워 사전에 보고하는 걸 주저하게 된다. 이렇게 위험 요소를 감추는 게 누적되면 대형 사고가 터진다. 사고 이후 제대로 된 원인 규명이 어려운 것도 문제다. 결국 또 다른 사고 발생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전 연구원은 '현장 탓'만 하는 조직 문화는 비단 코레일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쓴소리도 내놨다. 이태원 참사 이후 정부가 재난 대응 최전선에서 구조 작업에 힘썼던 경찰관, 소방관 등 현장 인력에 책임 추궁을 집중하는 데 대한 문제 제기다. 전 연구원은 "최근 정부의 태도를 보면 현장 인력을 공격하는 방식으로 흘러가고 있는데, 안전은 상부의 질책이 두려워 마지못해 하는 작업이 될수록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면서 "조직이 더 큰 책임을 지고 안전에 필요한 데이터를 쌓아 나가며 체계적으로 접근할 때 안전문화를 정립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강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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