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세법 '빅딜' 불가피... '이태원 참사' 안전예산 부상

입력
2022.11.07 17:00
수정
2022.11.07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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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예산 與 "늘었다" vs 野 "줄었다"
예산안·세법 협상 셈법, 복잡해져
정부안 유지·안전예산 빅딜 가능성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639조 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두고 '이태원 참사'에서 비롯된 안전예산 증액이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지역화폐 예산 삭감, 법인세 인하 등 예산안·세법 개정안 쟁점에 안전예산이 더해지면서 여야의 협상 셈법은 한층 복잡해졌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7일 종합정책질의를 시작으로 내년도 예산안 심의를 시작했다. 예산안 법정 통과일인 다음 달 2일까지 주어진 협상 시간은 한 달 정도다. 물론 기한 내 합의를 못 하면 심의는 연말까지 늘어질 수 있다. 예산안과 한 세트인 세법 개정안 역시 마찬가지 상황이다.

이태원 참사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여야 모두 늘리고자 하는 안전예산은 예산안·세법 개정안 협상을 좌우할 키로 부상하고 있다. 우선 정부가 편성한 내년도 안전예산을 놓고 여야 간 온도 차가 크다. 더불어민주당은 정부가 119구급차량 예산을 20억 원 깎는 등 내년도 52개 안전사업 예산을 1조3,000억 원 줄였다고 주장했다.

정부·여당은 내년도 재난·안전 분야 예산이 22조3,000억 원으로 올해 대비 4,000억 원 늘었다고 반박했다. 119구급차량 예산 삭감과 관련해선, 이를 포함한 전체 구조·구급·응급의료 예산이 3,103억 원으로 147억 원 증가했다는 입장이다.

안전예산 증액은 예산안·세법 개정안 협상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안전예산을 늘리더라도 재정 건전성을 지키기 위해 내년도 예산안 총액 639조 원을 고수한다는 기조다. 기존에 책정한 내년도 예산안 사업을 줄이거나 총액을 소폭 늘리는 식으로 안전예산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당면한 복합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예산안을 법정기한 내에 통과시켜주실 것을 간곡히 당부드린다"며 "복합위기 상황에서 다시 허리띠를 바짝 조일 때"라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은 안전예산에 더해 기초연금 확대 1조6,000억 원, 지역화폐 7,000억 원 등 '5조 원+α' 규모의 예산안 증액 계획을 내놓았다. 관련 재원은 세법 개정안 저지를 통해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과세 기준을 주택 수에서 주택 가격으로, 최고세율은 6.0%에서 2.7%로 변경하는 종부세법 개정안과 초대기업에 적용하던 법인세 최고세율 25%를 22%로 낮추는 법인세법 개정안 손질을 벼르고 있다.

국회 안팎에선 여야가 안전예산 증액에 민주당 의중을 많이 반영하고 예산안·세법 개정안은 정부안을 최대한 유지하는 선에서 합의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야당은 안전예산 확보라는 명분을 얻고, 여당은 원안을 지켰다는 실리를 챙기는 시나리오다.

정치권 관계자는 "민주당이 5조 원 증액 계획을 고수해 예산안·세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늦어진다면 안전예산을 발목 잡는 정당으로 인식될 수 있어 (민주당의) 고민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 박경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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