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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풍진 문명세계의 보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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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경민의 삶을 주로 흔든 건 자연재해와 전란이었다. 불도 나고, 도둑도 들고, 불시에 가족이 몸져눕기도 했겠지만, 그 불행은 누구나 겪는 일상이었다. 마을 공동체는 향약 같은 공적부조로 십시일반 도우며 모두의 일상을 지탱했다.
사회가 산업화·고도화하면서 변동성은 커졌다. 삶의 영역이 확장되고 속도가 빨라지고 형태가 다양해지면서 수백만 년 두 다리만으로 직립보행해온 인류는 수많은 가시적·비가시적 수단들에 의존하게 됐고, 일상의 변수들도 많아졌다. 한 민간회사 데이터센터에 난 불로 SNS가 중단되면서 불특정 다수가 큰 불편과 피해를 입기도 했다.
근대적 보험은 15세기 대항해시대에 시작됐다. 대양 항해로 인한 난파나 약탈 등 위험과 피해 빈도와 규모가 커지면서 피해를 분산시킬 필요가 제기된 거였다. 해적에게 납치되면 몸값을 대신 지불하는 인질보험까지 있었다.
화재보험은 영국 런던 주택 80%를 태운 1666년 런던 대화재 이듬해에 치과의사 니콜라스 바본(Nicholas Barbon)에 의해 만들어졌다. 해상보험은 영국이 제국으로 부풀어가던 17세기 말 상인과 선원들이 해상 정보를 교환하던 런던의 한 커피점 로이즈(Lloyd’s)에서 시작됐다. 그게 오늘날 세계 굴지의 보험회사로 성장한 ‘런던 로이즈’다.
근대국가는 국가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한 강제보험인 사회보험을 만들어냈고, 삶의 복잡다기한 변동성에 대응한 민간보험도 경쟁적·차별적으로 다양화했다. 스포츠 스타나 연예인이 신체 일부를 보험에 드는 ‘키 퍼슨(key person) 보험’은 이제 제법 알려진 예. 골프 홀인원을 기록하면 회식비 등을 보전해주는 홀인원보험, 드론 사고에 대비한 드론 모험, 질병 등으로 결혼식 등을 망칠 경우 보상하는 상품도 등장했다. 화제성 홍보 목적이겠지만, 외계인에게 납치되거나 흡혈귀에게 물릴 경우, 성모 마리아처럼 ‘무결임신’한 경우를 위한 보험도 있다고 한다.
무한 경쟁체제의 보험업계 단면이자 현대사회의 단면일 것이다. 11월 12일은 보험의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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