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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심정 안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가족 두 번 상처 주는 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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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0시,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기린 서울 합동분향소의 불이 꺼졌다. 외국인 9명을 제외한 참사 희생자 147명의 장례도 이날까지 전부 마무리된다. 정부가 용산구 녹사평역 합동분향소와 '이태원 사고 중앙재해대책본부'를 당분간 운영하지만 이제는 희생자 가족도, 이들을 지켜보는 국민도 일상으로의 회복을 준비할 때다. 전문가들이 전한 '희생자 가족과 슬픔을 함께 나누는 말'을 정리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은 먼저 희생자 가족들이 이번 참사의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데에 주변의 응원이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심민영 국립정신건강센터 국가트라우마센터장은 "(충격적 경험이) 트라우마 혹은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로 이어질지에서 관건은 위기를 극복하는 힘인 '회복탄력성'"이라며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방법으로 "연결감이 높은 경험"을 꼽았다. 트라우마 경험자들이 "고립되지 않고 누군가와 연결되었다는 느낌(연결감)"을 느낄수록 일상으로의 회복도 당겨진다는 말이다.
심 센터장은 지난 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나중에는 원래 겪었던 트라우마 사건 자체보다도 연결감이 없거나, 없는 것을 넘어서서 비난이나 루머 등 부정적 반응에 노출될 때 (충격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 조성준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역시 "고립돼 있다 보면 뭔가에 압도돼서 이상한 쪽으로 (생각이) 번져나가고 더 부정적 방향으로 흘러갈 수도 있다"며 "적절하게 표현하고 슬퍼하는 게 애도의 첫 번째 단계인데, (고립되면) 그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절대 혼자 계시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참사 희생자 가족들을 위로하는 첫 번째 방법은 '듣기'다. 조 교수는 지난 4일 YTN라디오 '슬기로운 라디오생활'에서 "(희생자 가족을 만날 때는) 충분한 시간 동안 적극적으로 공감하고 경청해주는 것이 우선"이라며 "상실의 고통을 표현하는 것들을 들어주려는 마음가짐이 제일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현수 안산 정신건강트라우마센터 운영위원장은 각종 위로 관련 책에서 '조금 위로가 되는 말' 10가지를 꼽았다. 2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소개한 위로의 말은 모두 희생자 가족들이 슬픔을 표현할 수 있게 "잘 듣겠다"는 의지를 담은 말들이다.
①어떤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②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③함께 하는 마음으로 저도 같이 노력하겠습니다.
④필요한 도움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⑤마음 속에 잘 간직하고 함께 하겠습니다.
⑥잊지 않고 가슴에 깊이 기억하겠습니다.
⑦힘이 되어드리고자 노력하겠습니다.
⑧정말 안타깝고 애석합니다.
⑨너무 힘드실 것 같아 애통합니다.
⑩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물론 조심할 표현도 있다. 첫 번째 금기어는 ①'좋은 곳에 갔을 거다', '더 편한 곳에서 쉬실 것이다' 같은 상투적이고 진부한 위로의 말이다. ②'지금 어떤 기분인지 안다'와 같이 섣불리 가족의 심경을 추측하거나 ③'곧 좋아질 거다' ④'그래도 산 사람은 살아야 하지 않냐' 같은 표현도 상실감을 자극하는 표현이다.
이밖에 ⑤'아마 하늘에서 더 빨리 필요했는지도 모른다' ⑥'더 이상 고통스럽지 않은 곳으로 갔다고 생각한다' ⑦'신의 뜻일 수도 있으려니 생각해보라' 등 참사를 합리화하는 말들도 "위로가 안 된다"고 경고했다. ⑧'시간이 약'이란 상투어도 대표적인 금지어다.
조성준 교수는 "정확히 100%의 공감이라는 건 사실 어려울 수 있다"며 "(섣부른 조언이나 설교는) 오히려 더 반감이 들거나 상처를 주게 되는 언행"이라고 경고했다. 구체적으로 '극복하도록 노력하셔야 된다', '너무 잘하고 계신다'처럼 희생자 가족에게 특정 애도 방식을 강요하거나, 평가해서는 안 된다. 어린 동생에게 '이제는 네가 이 집의 어른이다'라고 부담을 주거나, 자식을 잃은 부모에게 '새 자식을 가지라'와 같은 조언도 절대 해선 안 될 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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