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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바꾼 이란, 러시아에 드론 수출 첫 시인… "전쟁 수개월 전 제공"

입력
2022.11.06 09:37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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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거리 탄도미사일 제공은 부인

지난달 6일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주 연료저장시설이 이란제 샤헤드-136으로 추정되는 러시아군의 자폭 드론 공격을 받고 파괴돼 있다. 하르키우=로이터 연합뉴스

지난달 6일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주 연료저장시설이 이란제 샤헤드-136으로 추정되는 러시아군의 자폭 드론 공격을 받고 파괴돼 있다. 하르키우=로이터 연합뉴스

이란 정부가 자국이 생산한 공격용 무인기(드론)를 러시아에 제공한 사실을 처음으로 시인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전’이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러시아에 공급한 적 없다는 기존의 주장을 뒤집은 셈이다. 이란과 러시아의 밀월 관계를 경계한 서방이 이란 정부에 무기 공급 중단 압박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5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호세인 아미르 압둘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은 국영 IRNA 통신에 “우리는 우크라이나 전쟁 수개월 전 러시아에 한정된 수량의 드론을 제공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주 우크라이나 외무장관과 전화통화에서 (러시아가 이란제 드론을 사용했다는) 증거가 있다면 우리에게 제공하기로 했다”면서 증거가 제시되면 이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어떤 종류의 드론을 얼마나 제공했는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란이 러시아에 단거리탄도미사일을 제공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전적으로 거짓”이라고 일축했다.

앞서 서방은 러시아가 이란제 드론을 이용해 최근 수 주간 우크라이나의 전기·수도 인프라에 공격을 가했다고 비난해왔다. 우크라이나 역시 이란이 △자폭 드론 샤헤드-136 △공격용 드론 모하제르-6 등 드론 2,000여 기를 러시아에 제공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 중 300대 이상을 격추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달 18일 포르투갈 리스본에 위치한 이란대사관 앞에서 우크라이나인과 이란인들이 러시아에 대한 이란 정부의 자폭 드론 공급을 비판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리스본=EPA 연합뉴스

지난달 18일 포르투갈 리스본에 위치한 이란대사관 앞에서 우크라이나인과 이란인들이 러시아에 대한 이란 정부의 자폭 드론 공급을 비판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리스본=EPA 연합뉴스

그간 이란 정부는 서방의 거듭된 의혹에도 “러시아에 어떤 무기도 제공한 적 없다”며 강력 부인해왔지만 돌연 입장을 바꾸고 공식 인정에 나섰다. 그러나 서방 국가들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증거 찾기에 나서자 한 발 물러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은 지난 9월 이란제 드론의 러시아 운송을 도운 이란회사를 제재했고, 드론 거래와 관련한 추가 제재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과 유럽연합(EU) 역시 이란 장성 3명과 무기회사에 대해 러시아에 드론을 제공한 혐의로 제재를 가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공습에 동원한 드론이 샤헤드-136이란 증거가 많다며 이란과 단교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란이 러시아와 공모한 데 따른 결과는 러시아의 지원에서 얻는 이익보다 훨씬 클 것”이라고 경고했다.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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