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위기 속 한밤 내내 인명 구한 3인의 미군

입력
2022.11.03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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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동두천 캠프 케이시 근무 병사들
이태원 골목서 탈출해 "무 뽑듯" 사람들 구조

경기 동두천시 주한미군 주둔지인 캠프 케이시에 위치한 미군 차량 모습. 연합뉴스

경기 동두천시 주한미군 주둔지인 캠프 케이시에 위치한 미군 차량 모습. 연합뉴스

지난달 29일 밤 서울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인파에 깔린 이들을 계속해서 구조한 미군 병사 3명이 화제가 되고 있다. 이들은 당시 사건이 발생한 해밀톤호텔 옆 골목 중간에 있는 난간으로 피한 뒤 깔려 있는 사람을 구조해 응급조치가 진행되던 인근 클럽으로 보냈다.

AFP통신에 따르면, 경기 동두천시 미군 주둔 캠프 케이시에서 근무하는 자밀 테일러(40)와 제롬 오거스타(34), 데인 비사드(32) 등 3명은 비번을 맞아 이태원에 나왔다가 156명이 압사한 바로 그 골목에서 인파에 휩쓸려 있었다.

현장에서 옆 난간으로 올라가 간신히 빠져나온 세 사람은 자신들이 빠져나온 거의 직후 사람들이 도미노처럼 쓰러지는 장면을 목격했다. 테일러는 "사람들이 마치 층을 쌓듯이 쓰러졌고, 현장에서 도울 수 있는 인원은 한정돼 있었다"면서 "휩쓸린 사람들이 혼란에 쌓여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참사가 발생한 직후 상황에는 경찰도 구조대원도 현장에 없었고, 길목 뒤편에 있던 사람들은 너무 많은 인파 때문에 앞쪽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아챌 수 없었다. 가득 찬 골목 때문에 구조대원이 바로 접근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이에 이들은 휩쓸린 사람들을 하나씩 끌어올리며 구조하고 마침 문을 열었던 인근 클럽으로 보내 심폐소생술(CPR) 처치를 받도록 했다. 비사드는 "우리는 밤 내내 사람들을 끌어올리는 것을 도왔다"면서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인파에 휩쓸려 오랫동안 숨을 쉬지 못했고, 이미 늦었을 때가 많았다"고 말했다.

하룻밤 내내 난간 쪽에서 구조 작업에 나섰지만 세 사람은 "우리도 체형이 작은 사람들이 아닌데 빠져나오기 전까지 인파에 서서히 깔리고 있었다"면서 살아남은 것만으로도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휩쓸렸던 충북 청주시 거주 20대 A씨는 3일 이들 세 미군 병사가 자신을 구출했다고 밝혔다. A씨는 "사람들에게 깔려 이대로 죽는구나 하고 포기하려던 순간 건장한 체격의 흑인 남성이 키 182㎝ 몸무게 96㎏인 내 팔과 겨드랑이를 잡더니 밭에서 무를 뽑듯이 구조했다"면서 "외국인 남성 세 사람이 계속해서 압사 위기의 사람들을 구조했는데, 이 세 사람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인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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