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용산서장·서울청 상황관리관 "업무 태만"... 수사 본격 전환

입력
2022.11.03 21:0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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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안보고 책임자 사고 후 1시간 반 만에 복귀
압수수색 영장에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적시
직무유기 등 형사처벌 염두에 두고 수사 속도

지난달 30일 이태원 압사 참사 후 소방대응 3단계가 발령되자 전국에서 모인 구급차가 사상자 이송을 위해 현장에 대기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지난달 30일 이태원 압사 참사 후 소방대응 3단계가 발령되자 전국에서 모인 구급차가 사상자 이송을 위해 현장에 대기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경찰이 ‘이태원 핼러윈 참사’ 당시 보고 지연 책임을 물어 총경급 경찰 간부 2명을 대기발령하고, 수사의뢰하는 등 진상 규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경찰은 또 부실 대처의 핵심인 서울경찰청과 용산경찰서를 압수수색할 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영장에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처음부터 두 기관 관계자들의 형사처벌 가능성을 높게 보고 수사에 착수했다는 의미다.

경찰청 특별감찰팀(특감팀)은 3일 지난달 29일 참사 발생 당일 서울청 상황관리관으로 근무한 류미진 인사교육과장(총경)과 현장 책임자 이임재 용산서장(총경)이 업무를 태만히 한 사실을 확인해 특별수사본부(특수본)에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단순 감찰에서 본격 수사로 전환한 것이다. 특수본과 특감팀은 윤희근 경찰청장이 고강도 감찰 및 수사를 공언하며 새로 꾸린 조직이다.

참사 당일 류 총경은 당직 근무를 서고 있었다. 상황관리관은 112치안종합상황실장을 대리해 서울청장에게 치안상황을 직보하는 역할이다. 이번처럼 긴급 상황이 생기면 경찰청 상황실에도 따로 보고해야 한다. 서울청은 평일엔 112치안종합상황실 팀장(경정)이 상황관리관을 겸하고, 휴일ㆍ공휴일에는 다른 총경급 경찰관이 상황관리관 당직으로 지정된다. 상황관리관 당직은 주ㆍ야간 24시간을 일하는데,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 오후 6시부터 이튿날 오전 1시까지는 상황실에 반드시 대기해야 한다.

그러나 참사 첫 신고가 들어온 지난달 29일 오후 10시 15분, 상황실에 있어야 할 류 총경은 부재중이었다. 그가 돌아온 시간은 오후 11시 39분으로 당직을 서던 112상황 3팀장으로부터 관련 보고를 받은 직후였다. 이미 사고 발생 1시간 24분이 지난 뒤였다. 심지어 김광호 서울청장이 이임재 당시 용산서장으로부터 첫 보고를 받은 시각(오후 11시 36분)보다도 3분이 늦었다.

경찰청은 전날 대기발령한 이 총경 역시 업무를 게을리했다고 봤다. 이 총경은 김 서울청장에게 참사 발생 1시간 19분이 지난 오후 11시 34분 첫 보고를 했다. 당시 집에 있던 김 서울청장은 전화를 받지 못해 2분 뒤 이 총경에게 다시 전화해 상황을 파악했다. 두 사람의 보고가 늦어진 탓에 서울청장과 경찰청장으로 이어지는 지휘부 보고체계는 완전히 붕괴됐다. 윤 청장이 최초 참사 소식을 접한 시간은 30일 0시 14분으로 발생 1시간 59분 후였다.

지연 보고의 사실관계가 대략 파악된 만큼 수사는 상당한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특수본은 전날 서울청 112치안종합상황실과 용산서 112치안상황실 등을 압수수색해 참사 당일 근무일지 등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결과, 심각한 업무태만이 확인되면 당초 업무상 과실치사에 더해 책임자들에게 직무유기 혐의도 적용될 수 있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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