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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그날, 건너편 거리는 새벽 3시까지 '불야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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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가 났습니다. 모두 집으로 돌아가세요. 제발 움직이세요!”
지난달 30일 새벽, 서울 이태원은 156명의 목숨을 앗아간 참사 수습으로 아비규환의 현장이었다. 심정지 환자들을 살리려는 구급대원과 경찰, 시민들의 심폐소생술(CPR)이 한창이었고, 오열과 고함이 동틀 때까지 계속 터져 나왔다.
하지만 이태원역 1번 출구의 맞은편 ‘퀴논길’은 딴 세상이었다. 참사 장소인 해밀톤호텔 옆 골목에서 5차선 도로를 사이에 두고 직선거리로 불과 100m 떨어진 곳이다. 현장 경찰관들의 귀가 독촉과 해산 요구에도 핼러윈 축제를 즐기려는 수많은 이들은 좀처럼 흩어지지 않았다. ‘재난 컨트롤타워’가 작동하지 않은 또 하나의 장면이다.
3일 경찰에 따르면, 참사 당일인 지난달 29일 오후 11시 30분쯤 투입된 경찰관기동대는 사고 현장을 통제한 즉시 시민들에게 귀가를 요청했다. 속속 도착하는 구급차와 지원 인력의 공간을 마련하고 안전 유지를 위해서였다. 경찰 병력은 운영 중인 점포에도 영업 중단 조치를 취했다.
서울시도 30일 0시 4분, 오전 2시 53분, 오전 3시 9분에 재난문자를 발송하며 귀가를 재촉했다. “해밀톤호텔 앞 긴급사고로 현재 교통 통제 중”이라며 해당 지역 접근을 자제하라는 내용이었다. 용산구청 역시 30일 0시 11분과 오전 1시 37분 “일대 사고 발생으로 인해 통제되고 있다”면서 이태원 일대 차량 우회 등을 요청했다.
그러나 퀴논길 축제는 적어도 오전 3시까지 이어졌다. 인근 카페 사장 A씨는 “30일 0시부터 오전 2시까지 순찰차가 3번이나 와 ‘해산하라, 돌아가라’고 했지만 손님들은 전혀 귀담아 듣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카페 사장 김모(42)씨도 “해산 명령 사이렌이 쉴 새 없이 울렸지만, 이미 축제를 만끽 중인 대다수 젊은이들은 아랑곳 않고 거리를 활보했다”고 귀띔했다.
시민의식의 부재일 수도 있지만, 당시 현장에 있던 시민 다수는 사고의 심각성을 몰랐다고 증언했다. ‘왜 집에 가야 하는지’ 전파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전 1시 30분까지 인근 주점에 있었던 김모(25)씨는 “호루라기를 불며 ‘나오라’고 해서 마약 투약 등 범죄가 적발된 줄로만 알았다”고 말했다. 경기 안성시에서 놀러 왔던 최모(23)씨 역시 “주변 사람들이 전혀 귀가를 서두르는 분위기가 아니라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며 “대중교통이 모두 끊겨 돌아갈 방법도 마땅치 않았다”고 했다. 당시 이태원 일대 데이터가 끊긴 것도 시민들의 상황 파악을 막은 원인이었다.
결국 대규모 축제에 필수적인 면밀한 수요 예측과 인파 통제가 구비되지 않는 등 당국의 총체적 부실이 드러나면서 신속한 질서 회복도 늦어지게 됐다는 지적이다. 염건웅 유원대 경찰소방행정학부 교수는 “이미 압사 현장이 통제 범위를 벗어나 사고 뒤 투입된 인력도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도심 위기 상황 발생 시 인파를 효율적으로 분산ㆍ통제할 수 있도록 매뉴얼을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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