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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이태원 참사도 '일본 탓' 했다?" 일본에서 퍼진 '가짜뉴스'의 기원

입력
2022.11.0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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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인터넷에서 퍼진 "이태원 참사 일본 탓" 루머
5ch 주장 퍼다가 한국 매체 2개 짜깁기해 유포

일본 뉴스 사이트 '셰어뉴스재팬'이 한국 언론을 왜곡 인용한 모습. 구글 한국어 번역을 사용해 번역했다. 셰어뉴스재팬 홈페이지 캡처

일본 뉴스 사이트 '셰어뉴스재팬'이 한국 언론을 왜곡 인용한 모습. 구글 한국어 번역을 사용해 번역했다. 셰어뉴스재팬 홈페이지 캡처

"한국의 미디어가 '일본으로부터 잘못된 형태로 핼러윈 문화를 도입한 탓에 이태원 참사가 일어났다'고 했다."

지난 1일 일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일본 탓'이라는 표현이 급속도로 번졌다. 한국 매체에서 이태원 참사가 난 것은 일본의 핼러윈 문화를 수용한 탓이라고 표현했다는 주장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내용을 보면 전혀 다른 두 매체의 칼럼과 기사를 하나의 글인 양 이어 붙여 놓은 거짓 주장으로 나타난다.

이날 일본의 인터넷 이슈를 모아 게재하는 사이트 '트위터속보(tweetsoku)'와 '셰어뉴스재팬(Share News Japan)' 등은 전날 조선일보 일본어판에 게재된 '만물상' 코너의 칼럼 "문화를 잘못된 형태로 받아들인 한국의 핼러윈"이라는 칼럼을 인용하며 "일본에서 잘못된 핼러윈 문화를 도입해 버렸기 때문에 이태원 사고의 원인이 됐다"는 식으로 해석했다.

실제 이 칼럼을 보면 △한국과 일본이 핼러윈 문화를 잘못 받아들였다 △한일 핼러윈에는 애니메이션 캐릭터로 변하는 '코스프레'도 있다. 영미권에 존재하는 최소한의 종교적인 경건함이 있을 리 없다 △다른 나라의 문화를 잘못된 형태로 받아들인 것이 사고의 원인이 아닌가 등의 주장을 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의 핼러윈 문화를 저급한 것으로 다루고 있기는 하지만 글 자체에 "한국이 일본으로부터 잘못된 핼러윈을 받아들였다"는 주장은 없다.

'셰어뉴스재팬'은 이 칼럼을 전혀 다른 매체인 한겨레 일본어판에 올라온 기사에 포함된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의 인터뷰와 이어 붙였다. 이 교수는 기사 속에서 "핼러윈이 일본에서 코스프레와 결합해 상업화하는 모습을 보였고, 한국에 상륙한 뒤 젊은 세대의 문화로 고착화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결국 '셰어뉴스재팬'의 편집은 '한국 핼러윈 문화는 일본에서 왔다'는 이 교수의 분석과 '다른 나라의 문화를 잘못된 형태로 수용했다'는 조선일보의 칼럼을 뒤섞어 놓고 "한국 언론에서 이태원 참사 원인을 일본식 핼러윈에서 찾았다"는 주장을 만들어낸 셈이다.


특별한 복장을 갖춘 이들이 핼러윈인 지난달 31일 일본 도쿄 시부야 거리를 걷고 있다. 도쿄=AP 연합뉴스

특별한 복장을 갖춘 이들이 핼러윈인 지난달 31일 일본 도쿄 시부야 거리를 걷고 있다. 도쿄=AP 연합뉴스


일론 머스크(왼쪽) 테슬라 최고경영자와 모친 메이 머스크가 지난달 31일 뉴욕에서 모델 하이디 클룸이 개최한 핼러윈 가장 파티에 복장을 갖추고 참석한 모습. 뉴욕=AP 연합뉴스

일론 머스크(왼쪽) 테슬라 최고경영자와 모친 메이 머스크가 지난달 31일 뉴욕에서 모델 하이디 클룸이 개최한 핼러윈 가장 파티에 복장을 갖추고 참석한 모습. 뉴욕=AP 연합뉴스

일본의 독립 팩트체커인 시노하라 슈지는 1일 이 같은 주장이 일본의 최대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 중 하나인 '5ch'에서 일명 '넷우익'으로 불리는 혐한 성향 네티즌들에 의해 불거졌고, 이슈를 추적해 업로드하는 두 사이트가 이를 무비판적으로 인용할 뿐 아니라 한층 발전시켜 '데마(demagogy의 준말, 일본에서 허위 보도를 가리키는 표현)'를 전파했다고 지적했다.

실제 해당 글에 대한 반응을 보면 사이트의 의도대로 한국을 비난하거나 조롱하는 덧글이 많지만, "실제로 그런 내용이 아니지 않느냐"는 지적도 없지 않다.

조회수를 목표로 다른 나라의 기사를 짜깁기하는 '가짜뉴스' 전파는 인터넷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올해 초 베이징 동계올림픽 때 중국의 스포츠 블로그 운영자들이 한국의 스피드스케이팅 은메달리스트 차민규를 비난하려는 목적으로 차민규와 피겨스케이팅 선수 차준환을 혼동한 짜깁기 글을 배포한 사례가 있다. 당시 중국 내에서도 해당 블로거들을 향해 "트래픽을 노려 가짜 주장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인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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