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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최자 없어 책임 없다?… “정부·지자체 책임 되레 더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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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핼러윈 참사를 두고 정부 일각에서 "명확한 행사 주최자가 없어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다"고 밝히고 있지만, 법조계에선 주최자가 없기 때문에 오히려 정부 책임이 더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2일 한국일보의 취재를 종합하면, 법원은 대규모 인파가 예상되거나 지방자치단체가 경제적 수혜자가 되는 각종 지역행사나 축제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한 경우 ‘주최 여부’와 관계없이 정부와 지자체에 법적·도의적 책임이 있다고 판단해 왔다.
대법원은 2010년 피서철 유원지에서 발생한 익사사고에 대해 국가와 지자체(원주시)가 공동 배상책임을 져야 한다고 봤다. 원주시는 “지자체 책임은 쓰레기 처리에 한정된다”고 주장했지만, 대법원은 피서객의 물놀이 장소로 널리 알려져 그렇게 사용되는 장소라면 지자체가 안전실태를 점검하고 위험에 대비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울산지법이 지난 7월 태화강 선바위 인근에서 발생한 초등학생 익사 사고에 내린 판결 취지도 다르지 않다. 법원은 국가와 울산시에 20% 배상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사고 일주일 전 이틀 동안 100㎜ 넘는 비가 내렸는데도 안전실태와 시설물 점검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대법원은 지자체 관할 지역에서 제3자도 수용하기 어려운 수준의 소음 또는 피해가 발생한다면 지자체가 관리 책임이 있다고도 판결하고 있다.
지자체가 지역축제를 주관하는 업체에 100% 손해배상 책임을 지도록 계약했다고 해도 사용자로서 관리 책임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판례도 있다. 대법원은 전북 부안군 마실축제 개막식에서 행진 중이던 말이 행인을 공격한 사건에서 지자체 책임을 인정했다. 지자체는 주관 업체의 과실로 발생한 손해는 100% 업체가 책임진다고 계약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행사가 지자체 후원으로 이뤄졌고 △축제를 개최함으로써 지자체는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수혜를 입었으며 △축제 실행 계획을 지자체가 논의한 점 등을 들어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조계 관계자는 "법원에선 2011년 (서울 서초구) 우면산 사태를 계기로 지자체와 경찰이 법령을 위반하지 않았더라도 '상식적으로 해야 할 의무'를 하지 않았다면 법적 책임을 지도록 판결하고 있다"고 밝혔다.
법원 안팎에선 이 같은 판례를 근거로 이태원 참사에 대한 정부와 지자체 책임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헌법재판소 연구관을 지낸 노희범 변호사는 “성탄절과 추석, 설 명절 때마다 정부는 교통통제와 안전관리 업무를 맡았다”며 “일시적 조치라고 해도 공공의 안전문제가 발생한다면, 국가와 지자체는 당연히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이태원 참사가 발생하기 전 용산구청이 용산경찰서 및 이태원 상인회와 '민관합동 연석회의' 형태로 대비했다는 점을 주목한다. 당시 회의에서 경찰의 경비 인력 운용계획과 구청의 안전대책이 구체적으로 마련되지 않았다면, 지자체와 경찰의 주의의무 위반의 근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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