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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아웃에 난방도 끊길 판'...러시아 발전소 공격에, 우크라 수심 가득

입력
2022.11.0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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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빼고 우크라 전국 발전소 대부분 파괴
난방에 전기 필요해, 정전뿐 아니라 추위도 걱정
우크라 시민들 땔감 모으는 등 혹독한 겨울 대비

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가로등이 꺼진 컴컴한 거리를 차량이 지나고 있다. AP 뉴시스

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가로등이 꺼진 컴컴한 거리를 차량이 지나고 있다. AP 뉴시스

러시아의 대규모 공습에 우크라이나 발전소와 변전소 등 전력 시설 대부분이 파괴돼 대규모 정전사태인 ‘블랙아웃’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겨울철 난방을 위한 가스 공급에도 전기가 필요해, 올겨울 우크라이나 시민들이 화목난로에 의존해 추위를 견뎌야 하는 등 인도주의적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우크라 국영 전력사 CEO "전력망 복구 속도가 파괴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남부 도시인 미콜라이우에서 한 노동자가 러시아군의 공습에 파괴된 전력망을 복구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남부 도시인 미콜라이우에서 한 노동자가 러시아군의 공습에 파괴된 전력망을 복구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국영 전력사인 우크레네르고의 볼로디미르 쿠드리츠키 최고경영자(CEO)는 1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원전을 제외한 우크라이나 내 거의 모든 대형 발전소와 전력을 공급하는 변전소 중 30%가 (러시아군 공습에) 타격을 입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러시아군이 수천만 명에게 공급하는 우크라이나 전력망을 파괴하고 있고 복구 과정이 파괴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이를 막지 못하면 올겨울 대규모 정전사태로 인한 인도주의적 위기가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앞서 러시아는 지난달 31일 키이우를 비롯해 하르키우와 자포리자 등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 곳곳에 대규모 공습을 가했다. 이로 인해 키이우 내 35만 가구의 전기 공급이 끊겼고, 물 공급도 중단됐다.

하르키우에선 변전소가 파괴돼, 공급 전력의 전압이 떨어지면서 일부 병원에선 수술 장비들이 오작동을 일으키기도 했다. 가디언은 “문제는 지난달 초 러시아의 대규모 공습이 시작된 이후 정전 사태가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점점 더 빈번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라며 "러시아군은 지난달 31일엔 처음으로 우크라이나의 수력발전소까지 공격했다"고 전했다.

우크라 시민들, 화목난로 갖추는 등 혹독한 겨울 대비

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시민들이 가로등이 꺼져 컴컴해진 도로에서 버스를 타고 있다. AP 연합뉴스

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시민들이 가로등이 꺼져 컴컴해진 도로에서 버스를 타고 있다. A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에서 대규모 블랙아웃이 발생할 경우 △키이우 △하르키우 △르비우 △오데사 △자포리자 △드니프로 등 에너지 수요가 많은 대도시들이 심각한 위기에 처할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난방을 위한 가스 공급을 위해서도 전기가 필요해 전력 공급이 끊기면 통신과 조명기구를 사용할 수 없는 건 물론, 겨울철 추위조차 제대로 피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이에 우크라이나 시민들은 난방기에 연결할 수 있는 보조 배터리와 부탄가스용 가스레인지, 목재 땔감을 때는 난로를 마련하는 등 추운 겨울에 대비하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다. 키이우에 거주하는 이호르 수다코브는 “러시아가 발전소를 공격하는 건 테러리스트의 전술”이라며 “우리는 할 수 있는 선에서 스스로를 보호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우크라이나는 최근 미국과 영국, 유럽연합(EU) 등 서방에 전력망 복구에 필요한 교체 부품과 함께, 러시아군의 공습을 막기 위한 미사일 방어시스템도 시급히 지원해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EU 전력망을 우크라이나에 연결하는 방안도 거론되지만, 이 전력망도 러시아군 공습에 언제든 파괴될 수 있어 미사일 방어시스템 구축이 더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쿠드리츠키 CEO는 “우크라이나는 서방에 미사일 방어시스템 지원을 수차례 요청해왔다"며 "이건 전쟁을 위한 게 아닌 인도주의적 재앙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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