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멍 든 다리 사진 공개한 이태원 참사 생존자 "그 누구도 원망하지 않는다"

"넘어지지 않고 앞과 뒤, 양옆 압박 힘으로 멍든 것"
"살아오지 못한 피해자들께 죄송한 마음...착하게 살 것"

지난달 31일 자신을 이태원 참사 생존자라고 밝힌 이가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개한 사진. 커뮤니티 캡처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구조된 생존자가 자신의 양쪽 다리 전체에 피멍이 든 사진을 공개했다. 다리 전체가 보랏빛으로 멍든 모습은 그날의 참혹한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그럼에도 생존자는 사망자들을 떠올리며 "누구도 원망하지 않는다. 살아나오지 못한 피해자분들께 죄송한 마음뿐"이라고 전했다.

지난달 31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태원 생존자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의 작성자 A씨는 "저는 구조돼 살아 있긴 하지만 같이 끼어 있다 돌아가신 분이 너무 많아 죄송하고 마음이 너무 무겁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사진 3장을 공개했다. A씨는 "끼어 있을 당시 압박감이 어느 정도 강했는지 알려드리기 위해 제 다리 사진만 올려보겠다"고 했다.

A씨가 공개한 사진에서 양쪽 다리는 허벅지부터 발목까지 거의 전체가 보랏빛으로 멍든 모습이었다. 당시 다리에 가해진 압박이 얼마나 강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A씨는 사람들에 밀려 쓰러지진 않았다고 했다. 그는 "넘어지지 않아서 밟힌 건 없고 오로지 앞과 뒤, 양옆 압박 힘으로만 이렇게 된 것"이라며 "그날 이태원을 가서 이런 일을 당한 것 잘 알고 있다. 모든 게 다 제 탓이기 때문에 누구도 원망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핼러윈 참사 직전 해밀턴 호텔 뒷골목 모습

그는 피해자들에게 미안하다는 말도 전했다. A씨는 "단지 그날 같이 살아나오지 못한 피해자분들께 죄송스러운 마음뿐"이라며 "경찰 및 구조대분들 정말 한 명이라도 더 살리려고 힘들지만 노력하는 모습 내 눈으로 똑똑히 봤다.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고 언급했다.

또한 A씨는 네티즌들이 '압좌 증후군'이라며 병원에 갈 것을 권하자, "병원에 갈 생각도 못 하고 있었는데 많은 분들이 걱정해 주시고 힘이 돼 주셔서 응급실 가서 검사받고 왔다"고 했다. "큰 이상은 없다고 들었고 앞으로 외래진료를 받으면 된다고 한다. 앞으로 감사하며 정말 착하게 살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달 29일 밤 이태원에서 발생한 참사로 사망자 155명, 부상자 152명 등 300명이 넘는 사상사가 나왔다. 연령대별로 사망자는 20대가 103명으로 가장 많았고, 30대 31명, 10대 12명, 40대 8명, 50대 1명으로 확인됐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