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주민 "사고 전날도 위험해 경찰 불렀는데 불법 딱지만 떼고 갔다"

입력
2022.10.31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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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전후 경찰 안이한 대응 도마에
주민 A씨 "팬데믹 이전과 비교해도 너무 적어"
경찰 "코로나 이전보다 더 많은 인력 배치" 해명

31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및 경찰 관계자 등이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현장감식을 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31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및 경찰 관계자 등이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현장감식을 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서울 이태원 참사와 관련된 경찰 당국의 안일했던 대응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 이후 3년 만에 열릴 '노마스크' 핼러윈 축제에 상당한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해놓고도, 배치된 경찰 인력은 턱없이 부족해보였다는 게 현지 주민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특히 대규모 인파 동선을 현장에서 통제, 관리하는 경찰들의 모습이 올해는 유독 찾아보기 어려웠다는 판단에서다.

이태원에 거주하는 시민 A씨는 31일 YTN 라디오 이슈앤피플과의 익명 인터뷰에서 이태원 참사 사고가 터지기 전후로 현장에서 경찰들을 찾아보기 쉽지 않았다고 답답해했다.

이태원 좁은 골목길에 사람들이 깔리기 시작했다는 신고가 소방당국에 들어온 건 29일 밤 10시께. 구조대원들이 신속히 출동했지만, 불법 주차된 차량과 도로를 가득 메운 인파에 뒤엉켜 진입 자체가 쉽지 않았다. A씨는 "우선은 몰려 있는 인원과 차량을 통제해 소방 구조대 차량이 진입할 수 있게끔 해야 하는 데 차량과 인파를 통제하는 경찰들이 보이지 않았다"며 경찰의 초동 대처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구조대의 진입이 늦어지면서 시민들을 구해낼 골든타임은 지체될 수밖에 없었다.

압사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도 골목길 현장에서 경찰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A씨는 "경찰 통제 인력은 이태원역 삼거리에 집중돼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그마저도 10명 내외였고, (그 인력만으로는) 통제가 안 되니까 경찰차 위로 올라가신 두 분이 계속 소리를 질렀지만 음악에 묻혀 거의 들리지 않는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이 31일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를 찾아 헌화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윤희근 경찰청장이 31일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를 찾아 헌화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이태원에 오래 거주하며 핼러윈 축제를 수차례 겪어온 주민들이 보기에도 올해 경찰의 대응은 예년에 비해 소극적이고 서툴렀다. A씨는 "사고 전날에도 이태원 소방서 앞 골목에서 한남동 하얏트 호텔로 올라가는 길목에 인파가 몰린 데다, 불법 주차돼 있는 차량들이 많아 이동 자체가 어려워 주민들이 직접 1시간 동안 교통 통제를 했다"며 "경찰에 여기 상황이 위험하니 통제를 요청했지만, 불법 주차 단속하는 분들만 나와서 딱지만 떼고 갔다"고 허탈해했다.

과거 핼러윈 축제 때는 경찰의 동선 관리가 꽤 적극적이었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그는 "2017년 축제 때만 해도 바리케이드와 폴리스라인을 설치한 채 5m 간격으로 경찰들이 배치가 됐고, 5~10분 간격으로 경찰들이 계속 지나가면서 동선 관리를 해서 시민들이 너무 경찰이 많다고 불평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반면 경찰은 예년에 비해 경찰 인력은 오히려 늘려서 배치했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코로나19 이전인 2017∼19년 핼러윈 기간 배치된 인력이 37∼90명 수준이었지만 압사 참사가 일어난 지난 29일엔 137명을 투입했다고 밝혔다. 대규모 인파에 대비한 동선 통제 등 경비 인력이 부족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올해뿐 아니라 과거에도 현장 통제보다는 불법 단속과 범죄 예방, 교통 소통에 중점을 뒀다"는 입장이다.

홍기현 경찰청 경비국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상당한 인원이 모일 것은 예견했지만, 다수 인원의 운집으로 인해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할 것이라고는 예견하지 못했다"며 "현장에서 급작스러운 인파 급증은 못 느꼈다고 한다. 판단에 대한 아쉬움은 갖고 있다"고 해명했다.

강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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