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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휴대폰이 왜 파출소에"... '이태원 참사' 속타는 실종자 가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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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서 발생한 압사 사고 관련해 실종자 신고를 받고 있는 인근 한남동 주민센터. 이곳에는 사고 이튿날인 30일 오전 5시 30분부터 자녀와 친구 등을 찾는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이들은 주민센터 3층에서 직원에게 실종자 이름과 연락처, 인상착의 등 개인정보를 건넨 후 지하 1층에 마련된 대기실에서 초조한 표정으로 경찰과 병원의 연락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이날 오전 11시 기준 한남동 주민센터에는 전화와 방문을 합쳐 총 2,249건의 실종자 신고가 접수됐다.
연락이 끊긴 가족의 생사를 기다리는 이들은 쉽게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광주광역시에 사는 50대 김모씨는 손에 꼭 쥔 딸의 휴대폰만 뚫어져라 쳐다봤다. 대기업에 취직해 서울 생활하고 있는 김씨의 딸은 어젯밤부터 연락이 두절됐다. 수백 번을 걸어도 통화는 되지 않았다. 그러다 어렵게 연결된 전화 상대방은 “파출소인데 휴대폰을 습득했다”는 말을 전했다. 김씨는 새벽 한달음에 상경했다.
스리랑카 국적의 외국인 노동자 노사드(40)씨 얼굴에도 근심이 가득했다. 그는 전날 직장 동료 지하드(27)씨와 함께 임금체불 문제를 해결하러 이태원을 찾았다가 오후 10시쯤 헤어졌다. 그게 마지막이었다. 수십 번 전화를 걸어도 지하드씨는 받지 않았다. 스리랑카 국적인 리하스(34)씨 역시 직장 동료인 A(27)씨의 휴대폰을 습득했다는 연락을 받고 주민센터로 달려왔다. 그는 기자에게 “외국인 사망자의 신원이 밝혀지면 꼭 좀 연락해 달라”고 읍소했다.
사망을 알리는 ‘확인’ 소식이 속속 전해지면서 대기실은 금세 울음바다가 됐다. 주민센터 1층 화단 옆에서 한 통의 문자를 받은 60대 여성은 그 자리에 주저 앉고 말았다. 딸이 사망했다는 사위의 문자였다. 취재진 출입이 막힌 지하 1층 대기실에서는 사망 확인 전화에 “앞으로 어떻게 살아, 그 어린 애가…”라며 오열하는 목소리가 새어 나오기도 했다. 전날 밤 이태원에 놀러 간 20대 여동생이 연락이 끊겨 실종 신고를 접수한 30대 여성은 “무소식이 희소식 아니겠느냐. 온 가족이 병원에서 연락이 오지 않기만을 기도하고 있다”고 울먹였다.
핼러윈 데이를 이틀 앞둔 29일 밤 용산구 해밀턴호텔 일대 골목에서 발생한 대규모 압사 사고로 이날 오전 9시 40분 기준 151명이 사망하고, 82명이 부상했다. 당시 이태원 일대에는 3년 만의 ‘노 마스크’ 핼러윈 축제를 앞두고 10만 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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