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온 ‘하늘의 저승사자’

입력
2022.10.2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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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무인 공격기 ‘MQ-9 리퍼’가 지난해 11월 20일 석양이 지는 미국 네브래스카주 크리치 공군기지에 착륙해 있다. 미 공군 홈페이지 캡처

무인 공격기 ‘MQ-9 리퍼’가 지난해 11월 20일 석양이 지는 미국 네브래스카주 크리치 공군기지에 착륙해 있다. 미 공군 홈페이지 캡처

미군이 세계 최고 군용 무인기 ‘MQ-9 리퍼’를 일본에 배치했다고 지난 26일 공개했다. 리퍼(Reaper)는 망토에 큰 낫을 든 해골 모습의 서양 저승사자인 그림 리퍼(Grim Reaper)의 줄임말이다. MQ-9 리퍼는 헬파이어 대전차미사일과 레이저 유도폭탄으로 무장한 채 적의 레이더를 피하며 1,800㎞를 날아 정밀하게 목표를 파괴하는 성능을 갖춰 저승사자라는 이름 그대로다. 2020년 1월 이라크 바그다드 공항에서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사령관을 사살하기도 했다.

□ 같은 날 미 국무부는 “북한이 7차 핵실험을 한다면 한반도에서 긴장이 심각하게 고조될 것”이라며 “북한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다양한 도구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MQ-9 리퍼는 언제든 북한 전역을 공격하고 일본으로 돌아올 수 있다. 이에 앞서 미국 국영 미국의소리(VOA)는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의 입을 통해 ‘북한 정권 교체론’을 내보냈다. 볼턴은 “김정은을 대체할 인물을 찾을 필요 없이 남한에 흡수되면 되기 때문에 북한이 이란보다 정권 교체가 더 쉽다”고 했다.

□ 게임이론으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토머스 셸링은 ‘공포의 균형’ 이론으로 유명하다. 셸링은 “핵전쟁은 어느 한쪽도 선제공격으로 상대의 보복 능력을 말살할 수 없을 때 억제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는 결국 두 핵보유국 중 한쪽이 선제공격을 받더라도 되갚을 능력이 없다면 다른 한편은 핵공격을 포함한 선제공격을 감행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미국은 북한의 7차 핵실험이 자국을 향한 보복 핵공격 능력을 갖추게 될 중요한 계기로 생각하는지 모른다.

□ 북한 정권이 국제제재와 식량난에도 미사일과 핵무기 개발에 돈을 쏟아붓는 것 역시 정권을 지킬 수 있는 마지막 고비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은 후 군축 협상에 나선다면 훨씬 더 많은 것을 얻어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북한 핵보유국 인정은 동아시아에서 미국 영향력 쇠퇴로 이어진다. 또 한국과 일본이 핵무장에 나서면서 동아시아의 핵 공포는 더 커질 것이다. 지금 미국과 북한은 모두 물러설 수 없는 위험한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다.

정영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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