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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티 밤' 논란에 민주당 내 휴전 목소리까지...안팎에서 속 끓이는 바이든

입력
2022.10.26 16:30
수정
2022.10.26 22:35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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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우크라 '더티 밤' 사용 가능성 연일 주장
핵 전쟁 명분 키우려는 기만 전술 해석
미 민주당 내 휴전 제의 목소리도...중간선거에 불리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25일 하르키우 인근에서 러시아 진지를 향해 박격포를 쏘고 있다. 하르키우=AP 뉴시스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25일 하르키우 인근에서 러시아 진지를 향해 박격포를 쏘고 있다. 하르키우=AP 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 문제로 안팎에서 곤란한 처지가 됐다.

밖에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더티 밤(dirty bomb·방사성 물질이 든 재래식 폭탄)’ 사용 가능성을 언급하며 핵전쟁 위기를 키우고 있어, 이에 대한 대응이 시급하다. 안에서는 민주당 내 진보그룹이 우크라이나 전쟁 휴전 협상을 촉구했다 철회해 정치적 혼란을 가중시켰다.

'더티 밤' 주장은 러 '거짓 깃발 작전' 가능성

바이든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러시아의 더티 밤과 핵무기 배치 관련 질문에 “러시아가 전술핵무기를 사용한다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실수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그것(더티 밤)이 ‘거짓 깃발 작전’인지 아직 확실하지 않다. 그러나 그것은 심각한 실수가 될 것”이라며 러시아의 핵사용 가능성에 대해 거듭 경고했다.

앞서 러시아는 23일부터 우크라이나가 더티 밤을 쓸 수 있다는 주장을 내놨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6일 "우리는 우크라이나의 더티 밤 사용 계획을 알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더티 밤이 터지면 핵폭발과 같은 대규모 피해가 발생하지는 않지만 광범위한 지역이 방사성 물질로 오염되고 인명 피해도 커질 수 있다.

우크라이나와 서방 국가는 러시아의 기만 전술이라고 반박했다. 러시아가 더티 밤을 사용한 뒤 우크라이나 소행으로 몰아세우는 거짓 깃발 작전을 시도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는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을 정당화하는 명분이 될 수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초기에도 우크라이나가 생화학 무기를 사용하려 한다는 거짓 주장을 펼쳤다.

러시아는 또 이날 푸틴 대통령이 영상으로 참관하는 가운데 연례 핵전쟁 훈련인 ‘그롬’을 진행했다. 여기에는 야르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핵잠수함 등도 동원됐다.

우크라이나 환경미화원이 24일 수도 키이우에서 우크라이나 병사가 대전차 미사일을 발사하는 장면이 그려진 벽화 앞에서 낙엽을 쓸고 있다. 키이우=AP 뉴시스

우크라이나 환경미화원이 24일 수도 키이우에서 우크라이나 병사가 대전차 미사일을 발사하는 장면이 그려진 벽화 앞에서 낙엽을 쓸고 있다. 키이우=AP 뉴시스


민주 진보·공화, 우크라 지원 축소 주장 논란

바이든 대통령에게 더 큰 골칫거리는 미국 내 우크라이나 전쟁 지속 논란이다. 민주당 의회진보모임(CPC) 소속 하원의원 30명은 24일 바이든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를 피하기 위해 휴전 협상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또 이 문제를 우크라이나 지원과 결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당 진보그룹의 휴전 협상 제의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큰 정치적 타격이 될 수 있다. 차기 하원의장이 유력한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도 중간선거 승리 시 "우크라이나에 ‘백지수표’를 쓰지 않겠다"며 지원 규모 조절 방침을 밝혔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여당 내에서 야당과 같은 목소리가 나온 것으로, 이는 바이든 행정부의 우크라이나 정책이 여당 내에서도 지지를 못 받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논란이 커지자 CPC는 결국 하루 만에 서한을 철회했다. 프라밀라 자야팔 CPC 의장은 “그동안 만장일치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경제 지원을 지지했던 민주당이 (매카시 원내대표와의) 메시지 유사성 때문에 공화당에 동조하는 듯한 불행한 모습이 연출됐다”며 서한 철회 이유를 밝혔다. 서한 초안은 6월에 작성됐는데 이번에 보좌진이 사전 논의 없이 서한을 배포해 불필요한 오해를 샀다는 해명이었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11월 중간선거가 2주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민주당이 우크라이나 지원과 전쟁 지속 문제로 불협화음을 보이는 모습은 선거 판세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왜 서한을 배포하기 전에 이런 요청의 함의와 중간선거에 미칠 민감성을 고려하지 않았는지 알 수 없다”는 얘기들이 서한 초안 작성에 관여했던 의회 쪽 인사들에게서 나온다고 전했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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