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의 악행이 더 많은 북극곰을 죽이고 있다"

북극이사회 등 국제협력 대부분 중단
유럽 에너지 위기로 석탄 소비도 늘어

북극곰이 지난 8월 16일(현지시간) 영국 해협의 대부분 녹아내려 얼마 남지 않은 빙하 위에서 고개를 떨군 채 앉아 있다. AFP 연합뉴스

러시아가 도발한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이 북극 빙하가 녹는 속도에 불을 붙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기후 재앙 저지를 위한 국제협력이 단절된 탓이다.

2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국제기구인 북극이사회 회의가 올해 2월 전쟁 발발 이후 사실상 중단된 것을 비롯해 북극 환경 보호를 위한 국가 간 협력이 대부분 공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는 북극해의 거의 절반을 관할하고 있어 북극 보호를 위해선 러시아의 협력과 참여가 필수이다.

북극이사회, 러시아가 의장국이라 걸림돌

북극곰이 지난 2018년 8월 19일 빙하 위에 서 있다. 타스 연합뉴스

1996년 출범한 북극권 8개국 협의체인 북극이사회의 7개 회원국(미국·캐나다·노르웨이·덴마크·핀란드·스웨덴·아이슬란드)은 올해 3월 이사회 의장국인 러시아를 규탄하며 회의 보이콧을 선언했다. 6월 러시아가 참여하지 않는 사업을 재개하기로 했지만, 활동 범위는 축소됐다.

내년에도 정상 가동은 어려울 전망이다. 7개 회원국은 의장국을 노르웨이로 변경하려 하고 있지만, 러시아의 동의 없이는 불가능하다. 북극이사회는 만장일치로 의사 결정을 하기 때문이다.

유럽 석유·가스 부족에... 올여름 북극 기온 1~4도 상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촉발한 유럽의 에너지 위기도 북극 빙하엔 악재다. 러시아가 석유와 천연가스 수출을 묶으면서 석탄 소비가 늘어나면서다.

이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미국 국립설빙데이터센터(NSIDC)에 따르면 올해 여름 북극해 중심부 상공 기온은 2001년부터 2020년까지의 평균치보다 섭씨 1~4도 높았다. 마크 세레제 NSIDC 국장은 “여름 내내 (북극) 빙하가 심각하게 사라졌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북극 빙하의 대량 파괴는 기후 재앙을 앞당긴다. 북극 빙하는 지구로 쏟아지는 태양열을 반사하고 북극 영구동토층은 지구의 열을 식히는 거대 탄소저장고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