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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도 미사일도 없는 푸틴의 몸부림?"… 드론 전쟁에 매달리는 이유

입력
2022.10.19 18:30
수정
2022.10.20 08:08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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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이어가야 하는데, 미사일 바닥'
값싼 드론은 좋은 대안...이란서 추가구매
'드론전' 규모 커질 전망... 우크라 '전열 정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보고를 받고 있다. 모스크바=UP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보고를 받고 있다. 모스크바=UP 연합뉴스

러시아가 전쟁에서 드론(무인기)을 사용하는 빈도가 크게 늘었다. 1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전역에 띄운 드론만 43대. 미사일을 수십 발씩 쏘던 전쟁 초와는 확연히 달라졌다. 왜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①전쟁은 이어가야 하는데 ②미사일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③값싸게 쓸 수 있는 ④꽤 괜찮은 무기가 드론이기 때문이다. 가성비 좋은 선택이자, 어떤 상황에서도 전쟁을 이어가겠다는 상징이다.

이란에서 사온 자폭드론… 러 "그간 목표물 600개 타격"

러시아는 지난 9월 중순부터 격전지인 우크라이나 남부 오데사 등을 중심으로 공격적으로 드론을 투입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최근엔 수도 키이우를 포함한 전역으로 범위를 넓혔다. 세르게이 수로비킨 러시아군 총사령관은 18일 "전쟁 후 드론이 수행한 작전은 8,000회 이상, 제거한 우크라이나 목표물은 600개 이상"이라고 확인했다.

그 중심엔 이란제 드론, '샤헤드-136'이 있다. 동체 길이 3.3m, 날개폭 2.4m, 무게 200㎏의 이 드론은, '자폭 드론', '가미카제 드론' 등의 별칭으로 불린다. 높은 고도에서 기체에 실은 미사일을 발사하는 방식이 아니라, 탄두를 달고 낮은 고도로 날다가 목표물에 동체를 직접 부딪치는 방식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한복판에 떨어진 러시아 드론. 키이우=로이터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한복판에 떨어진 러시아 드론. 키이우=로이터 연합뉴스


미사일 부족한 러… 200~700배 싼 드론으로 대체

러시아가 드론에 치중하는 사정이 있다. 미사일 재고 부족이 결정적 이유로 꼽힌다. 영국 국방부 등은 러시아가 전쟁 초 대거 동원했던 '이스칸데르', '칼리브르' 등 미사일의 사용을 부쩍 줄인 점, 공중 목표물 요격용인 지대공미사일 'S-300'을 지상 목표물 공격용으로 바꾼 점 등을 근거로 "미사일 부족"이라 판단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18일 "러시아군 미사일 공급 능력이 30% 미만으로 떨어졌다"고 했다. 국제사회 제재로 부품 수입이 막힌 것이 미사일 생산 지연 원인으로 꼽힌다.

이때 러시아와 우호적인 이란이 생산하는 드론은 좋은 대안이었다. 일단 값이 싸다. 샤헤드-136 1대는 약 2만 달러(2,862만 원)로 알려졌다. 미사일 1대당 400만~1,400만 달러(57억~200억 원)로 추정되므로, 200~700배 싼 것이다. 타격 정확도도 좋은 편이다. 타격 강도는 미사일에 비할 순 없지만, 여러 대 띄우면 단점을 상쇄할 만하다는 게 군사 전문가들 의견이다. 공군 병력 손실 걱정도 줄일 수 있다.

공포심 조장도 가능하다. 샤헤드-136은 굉음을 내며 낮게 비행한다. 키이우 한 주민은 "전기톱 소리를 내며 날아가는 드론을 봤다"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우크라이나 국민들 공포가 커지면 우크라이나 전열도 흔들릴 수 있다. "군사무기이면서 심리무기"(새뮤얼 벤데트 CNA 연구원)라고 묘사되는 이유다.

즉, 러시아로서는 나쁘지는 않은 선택지가 드론이다. 제임스 클레벌리 영국 외무부 장관은 18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드론에 집중하고 있는 것을 두고 "전장에서 지고 있는 한 남자의 처절한 몸부림"이라고 평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수도 키이우에 설치된 전쟁 중 사망한 희생자 추모벽 앞에 서 있다. 키이우=UPI 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수도 키이우에 설치된 전쟁 중 사망한 희생자 추모벽 앞에 서 있다. 키이우=UPI 연합뉴스


드론 역할 더 커질 듯... 우크라도 '전열 다듬기'

러시아군에서 드론 비중은 더 커질 전망이다. 로이터는 "러시아가 이달 초 이란과 드론 추가 구매 계약을 했다"고 18일 보도했다. 최근엔 더 작게 만든 '샤헤드-131'도 투입을 시작한 듯하다고 BBC는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이 14일 "당장 대규모 미사일 공격은 필요하지 않다"고 했던 것도 이런 전망에 힘을 보탠다.

이에 우크라이나와 서방은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드론 공격을 막을 무기가 우크라이나에 더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는 자국군 드론이 러시아 드론을 격추하는 영상을 일반에 공개하며 '드론이 많이 필요하다'는 여론을 형성 중이다. 러시아 전문가인 리아나 픽스는 한국일보에 "이란이 앞으로 러시아에게 미사일을 빠르게, 많이 공급하면 우크라이나군 방어력이 이를 따라갈 수 없을 수 있다"며 "전세가 뒤집힐 수 있기 때문에 방공 체계를 제대로 갖추는 게 매우 중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이란에 대해선, 서방이 제재 여부를 논의 중이다. 우크라이나는 단교를 선언했다.

드론 투입은 분쟁 지역에서 새로운 일은 아니지만, 이번처럼 활용 범위와 역할이 큰 적은 없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우크라이나는 주로 튀르키예산 드론 '바이락토르 TB2'를 사용하기 때문에 '이란과 튀르키예의 대결'이란 이야기도 들린다. 전쟁 초 무기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던 우크라이나가 드론을 주로 활용하며 드론이 '우크라이나 저항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것을 고려하면, 지금 러시아의 모습이 역설적인 측면도 있다.

신은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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