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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관점에서 바라본 '반값등록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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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시립대 반값등록금은 박원순 전 시장의 대표적 포퓰리즘 정책이자 표본이다. 그동안 덜 받아온 등록금을 정상으로 환원해야 한다"라고 이야기한 기사를 보았다. 그가 정의한 정상과 비정상의 개념 앞에서 한참을 서성였다. 그도 서울 시민의 세금이 허투루 사용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야기했을 거라는 것은 잘 알지만, 서운한 마음은 감출 수가 없었다.
나는 2012년에 반값등록금 제도가 도입된 이후로 10년 동안 반값등록금보다 더 진일보한 제도를 만들어내지 못한 것과 반값등록금 제도가 서울시립대를 넘어 타 대학으로까지 확산되지 못한 것이 비정상이라고 생각한다. 정치권의 미래 세대에 대한 직무 유기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2011년 처음 유럽 여행을 갔을 때 일이다. 독일, 네덜란드, 프랑스에 유학 가 있는 친구들이 있어, 그 친구들 집에 며칠씩 묵으며 여행을 다녔다. 나라는 달랐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우선 학비가 없거나, 있어도 1년에 몇십만 원에 해당하는 금액만 내며 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여기에 월세까지 일부 지원을 받고 있었다. 자국 학생들에 대한 월세 지원 정책은 이해가 되었는데, 외국 유학생들에게까지 월세를 일부 지원해 준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사회적 기반이 궁금했다. 그로부터 몇 년 뒤 두 차례 정책연수를 기획해서 독일, 네덜란드, 프랑스 주요 정당과 교육위원회, 시민단체 등을 방문해 해당 내용에 관해 물은 적이 있었다. 나라별로 조금씩 차이는 있었지만, 공통적인 대답은 '교육평등권의 보장'이었다.
그중 정부위원회 등을 통해 프랑스 교육 정책 수립 과정에도 참여하는 프랑스대학생연합 관계자의 답변을 잊을 수가 없는데, 그는 정부의 월세 지원 정책과 관련해서 "만약 마르세유에 사는 친구가 파리에 있는 대학교에서 공부하고 싶은데, 재능과 열정 모두를 갖췄음에도 월세 등을 낼 가정 형편이 넉넉지 못해서, 파리에 있는 대학 진학을 포기해야 한다면 그것은 교육의 평등권을 침해받는 일이다. 부모의 경제력 여부에 상관없이 자신이 받고 싶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정부가 학생에게 월세를 지원해 주는 것은 국가의 당연한 책무다"라고 이야기를 했다. 아르바이트를 통해 생활비를 벌 수도 있지만, 학습권을 침해받을 정도로 노동하지 않도록 하는 것 또한 교육평등권에 있어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는 설명과 함께 말이다.
등록금은 물론 외국 학생들에게까지 월세를 일부 지원하는 나라와 이제 일부 학교에서 반값등록금 제도를 실험하고 있는 나라. 무엇이 이런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일까. 공공성에 대한 개념의 차이 때문일까.
이번 베를린 출장 가운데 만났던, 한국 대학 평균 등록금 액수를 듣고, "전업 학생이 어떻게 그 많은 돈을 마련할 수 있나요"라고 물었던 독일 대학생의 질문이 반값등록금과 관련해서 우리가 물어야 할 '정상적인 질문'이 아닐까. 우리 정치인들은 왜 이런 질문을 우리에게 던지지 않는 것일까.
언젠가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이 내가 만난 유럽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그때 독일 친구의 질문을 만났을 때, 지금과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 참 좋겠다. 김 의장의 답변을 통해, 우리 미래 세대들이 공동체의 소중함을 생각할 수 있게 되면 더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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