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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적 모방에 대한 '전통'의 저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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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작가 마거릿 애트우드는 근작 ‘글쓰기에 대하여’에서 글쓰기를 “갈까마귀가 하는 짓”, 즉 “반짝거리는 물건들을 훔쳐서 둥지를 마구잡이로 쌓아 올리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물론 겸양과 위트를 버무린 표현이다. 피카소도 “저급한 예술가는 베끼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그는 “나 자신을 베낄 바에야 차라리 다른 사람을 모방하겠다. 그러면 적어도 새로운 면을 추가할 수는 있을 테니 말이다”라고도 했다.
말의 진의는 창조적 모방의 긍정, 모방에 대한 병적 결벽증에 대한 경계에 있다. 어린 모차르트도 하이든의 ‘반짝거리는 것들’을 훔쳐 쌓아 올리면서 작곡을 익혔다. 반면 섞임에 대한 지나친 공포는 변화에 대한 저항으로 표출되기 쉽고, 사회 변화에의 감각도 무디게 한다.
둘의 충돌은 예술가 개인뿐 아니라 예술 장르와 하위 장르에서도 드물지 않게 일어난다. 대중음악 장르의 이름 앞에 다양한 수식어들, 이를테면, 프로그레시브, 얼터너티브, 컨템퍼러리 등이 놓이게 되는 과정도, 노래의 선율처럼 늘 평온했던 것은 아니라고 한다.
1960~70년대 미국 컨트리 음악계를 풍미한 싱어송라이터 찰리 리치(Charlie Rich)가 1975년 10월 13일, ‘컨트리뮤직어워드(CMA)' 시상식장에서 빚은 해프닝이 상징적 예다. 1973년 남자 보컬상을 수상하고 이듬해 최고상인 ‘올해의 엔터테이너상'을 수상한 그는 그해 최고상 수상자 발표 단상에 올랐다. 그는 수상자를 확인한 뒤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내 봉투를 태우며 “내 친구, 존 덴버”를 호명했다. 그해 존 덴버는 ‘백 홈 어게인(Back Home Again)’으로 ‘올해의 뮤직상'도 수상했다.
미국 백인 전통음악인 컨트리 음악이 로큰롤 등을 만나 팝 등의 기교를 흡수하면서 급격히 분화하던 때였고, 그 선두에 덴버가 있었다. 술에 취해 빚은 해프닝이라는 설, 웃기려고 벌인 퍼포먼스라는 설이 있지만, 리치가 정통 컨트리, 즉 ‘내슈빌 사운드’를 표나게 중시한 것은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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