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대교 끊으면 보복" 경고했던 푸틴...총사령관 바꾸고 '가혹전술' 예고

입력
2022.10.09 21:00
2면
구독

푸틴, 우크라 전쟁 지휘 총사령관에 수로비킨 임명
"우크라 전쟁 이기려면 가혹한 전술 사용해야"
궁지 몰린 푸틴, 전술핵 사용 가능성도

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자포리자주에서 러시아군의 포격에 무너진 건물들 주위를 구조대원들이 살펴보고 있다. AP통신 연합뉴스

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자포리자주에서 러시아군의 포격에 무너진 건물들 주위를 구조대원들이 살펴보고 있다. AP통신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전쟁을 진두지휘하는 러시아군 총사령관에 세르게이 수로비킨(56) 육군대장을 임명했다.

수로비킨은 2017년 당시 시리아 내전에서 러시아군을 이끌며 반정부 세력을 향해 무차별 폭격 등을 일삼아 논란이 됐던 인물이다. 크림대교 붕괴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막다른 궁지에 몰린 푸틴 대통령이 향후 대대적 반격을 위한 포석을 뒀다는 분석이다.

수로비킨, 민주화 시위대 향해 발포 경력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 지역 합동군 총사령관에 임명한 세르게이 수로비킨. AP통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 지역 합동군 총사령관에 임명한 세르게이 수로비킨. AP통신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수로비킨을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 지역 합동군 총사령관으로 임명했다. 전임 총사령관이었던 알렉산드르 드보르니코프 장군의 후임이다. 드보르니코프 장군은 시리아 내전 당시 민간인 피해를 고려하지 않고 군사 작전을 밀어붙여 ‘알레포의 도살자’란 악명을 떨쳤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돈바스 점령이 지체되는 등 푸틴의 기대에 미치지 못해 경질된 것으로 전해졌다.

수로비킨은 드보르니코프 장군과 궤를 같이하는 인물이다. 1991년 8월 소련의 공산당 보수파가 쿠데타를 일으켰을 당시 대위였던 수로비킨은 민주화 시위대를 향해 발포, 유혈진압의 선봉에 섰다. 이후 러시아 동부군 사령관과 시리아 파견부대 사령관 등을 지내며 승승장구했고, 올여름엔 우크라이나 전선을 맡을 남부 군관구 사령관에 올랐다.

러시아의 강경 민족주의자들 사이에선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군이 승기를 잡지 못하는 이유로 가혹한 전술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불만이 나온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이 때문에 푸틴 대통령이 수로비킨을 총사령관에 임명하면서 전세 역전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 것을 주문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크림대교 붕괴로 푸틴의 전술핵 사용 가능성도

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와 러시아 본토를 잇는 크림대교에서 폭발로 연기가 발생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와 러시아 본토를 잇는 크림대교에서 폭발로 연기가 발생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실제 이날 크림대교가 폭발로 붕괴되면서 푸틴 대통령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렸다는 지적이 많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2018년 5월 18일 열린 크림대교 개통식에서 오렌지색 카마즈 트럭을 직접 몰아 다리를 건널 정도로 애정을 쏟았다. 옛 소련의 부활을 꿈꾸는 푸틴 대통령에게 크림대교는 이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교두보였기 때문이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6월에는 크림대교가 공격당하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폭격하겠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푸틴 대통령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크라이나에 전술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우크라이나 점령지 4곳을 합병하면서 “러시아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영토를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발언이 빈말이 아닌 넘지 말아야 할 ‘레드라인’임을 서방세계에 각인시키려면 크림대교의 붕괴에 대응해 강력한 보복에 나설 수 있다는 주장이다.

다만 뉴욕타임스(NYT)는 “푸틴 대통령도 전술핵무기 사용이 득보다 실이 크다는 걸 안다”며 "핵 사용시 서방이 중국과 인도 등의 국가들도 대러 제재 동참을 요구하면서 러시아가 더욱 고립될 수 있는 데다, 바람 방향에 따라 방사능이 러시아 영토로 확산될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현우 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