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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러시아 무서우니 핵무기 줘"… 유럽에 핵무장 번지나

입력
2022.10.06 22:0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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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핵 위협 커지자, 폴란드 미국에 핵무기 요청
미국은 논의 부인...러 자극 위험에 실현 가능성 낮아
러시아가 핵 쓸 경우 핵무장 요청 이어질 수도

안제이 두다(왼쪽) 폴란드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함께 8월 23일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열린 '용자의 거리' 행사에 참석해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현판 위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키이우=AP 뉴시스

안제이 두다(왼쪽) 폴란드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함께 8월 23일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열린 '용자의 거리' 행사에 참석해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현판 위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키이우=AP 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핵공격을 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인접 국가인 폴란드가 자국 영토에 핵무기를 배치하게 해달라고 미국에 요청했다. 미국은 핵무기 공유 관련 논의가 없었다고 해명했으나, 폴란드를 시작으로 유럽 각국에서 핵무장 요구가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폴란드 “핵 공유 필요”… 미국 “안 돼”

5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현지 언론 ‘가제타 폴스크’ 인터뷰에서 “우리에게 핵무기는 없지만 ‘핵 공유’에 참여할 기회는 항상 존재한다”며 “미국과 핵무기 공유에 대해 논의했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 정부 누구와 논의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핵 공유는 핵무기 자체를 배치하는 것은 물론 정찰기를 제공하거나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항공기를 주둔시키는 것 등 핵 임무와 관련된 모든 군사 행위를 포괄한다.

현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중에선 미국, 영국, 프랑스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고,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벨기에 △튀르키예는 미국과 ‘핵 공유 협정’을 체결한 상태다. 미국과학자연맹(FAS)은 이 나라들에 미국 핵무기 100기가 배치된 것으로 추정했다.

폴란드는 나토 동부 최전방 회원국으로 우크라이나를 비롯해 러시아의 혈맹 벨라루스, 러시아 핵무기가 배치된 러시아 역외 영토 칼리닌그라드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푸틴 대통령의 핵 위협을 다른 나라들보다 한층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더구나 최근 벨라루스가 자국 영토에 러시아 핵무기를 배치할 수 있도록 헌법까지 고친 탓에 근심이 더욱 커졌다.

그러나 미국은 “폴란드로부터 핵무기 공유를 요청받은 적 없다”고 부인했다. 백악관 관계자는 “우리는 그 문제에 관해 알지 못하니, 폴란드 정부에 문의하라”며 단호히 선을 그었다.

핵 배치 가능성 낮지만… 유럽 핵무장 부추길라

친러시아 성향의 텔레그램 채널 '리바르'가 지난 2일 올린 사진. 사진에는 러시아 국방부의 핵장비 전담 부서와 연관된 것으로 추측되는 군용 화물 열차가 우크라이나 국경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리바르 텔레그램 캡처

친러시아 성향의 텔레그램 채널 '리바르'가 지난 2일 올린 사진. 사진에는 러시아 국방부의 핵장비 전담 부서와 연관된 것으로 추측되는 군용 화물 열차가 우크라이나 국경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리바르 텔레그램 캡처

전문가들도 폴란드 내 핵무기 배치가 실현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핵무기를 러시아에 가깝게 옮기면 오히려 군사적 활용도가 떨어져 전략적 효과를 낼 수 없는 데다, 나토 확장을 견제하는 러시아를 자극해 핵전쟁 위험을 고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4월 폴란드 집권 여당 ‘법과정의당’ 야로스와프 카친스키 대표가 핵무기 배치 필요성을 주장했을 때도 크렘린궁은 “극도로 호전적이고 반(反)러시아적”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게다가 미국 핵무기 이전은 핵확산금지조약(NPT)과 ‘나토·러시아 관계 정립 조례’ 등 국제법을 위반하는 행위다. 특히 1997년 체결된 ‘나토·러시아 관계 정립 조례’는 나토가 동유럽 회원국을 추가하는 대신 러시아 인접국에 상시 주둔 병력과 핵전력을 배치하지 않는다는 합의를 담고 있다. 때문에 폴란드의 핵무기 배치 요청은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한 상징적 제스처에 가깝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다만 푸틴 대통령이 강제 병합한 우크라이나 점령지에 대한 공격을 ‘자국 침략’으로 규정하고 핵버튼을 누를 가능성도 있어, 미국과 핵 공유 협정을 맺지 않은 유럽 국가들이 지속적으로 핵무장을 시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나토 가입을 신청한 북유럽 국가들이 핵무장을 원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에는 러시아가 핵장비 운반 열차와 핵 탑재 잠수함을 이동시킨 정황이 포착돼 서방이 크게 동요하기도 했다.

미국은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가능성에 맞서 여러 대응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다. 고위급 간 채널을 통해 러시아에 “치명적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경고도 전달했다.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러시아가 핵무기를 우크라이나에 배치할 경우 나토군이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군과 러시아 흑해 함대를 격퇴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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