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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규제 동의하지만, 의무휴업일에 전통시장 이용은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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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부터 시행된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에 따라 대형마트 규제가 도입된 지 어느덧 10년이 지났다. 대형마트 규제는 대형마트가 가파르게 골목상권을 잠식해 가던 상황에서 정부가 내놓은 견제책으로, 대형마트와 중소유통업 간의 상생 발전을 위해 대형마트에 월 2회 의무휴업일을 도입하고, 밤 12시부터 아침 10시까지 영업시간을 제한하였다. 최근 정부는 유통시장의 주류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빠르게 옮겨가는 현 상황에 맞춰 대형마트 규제의 범위와 수위를 재논의하기 시작했다. 이를 두고, 산업계와 노동계, 대기업과 소상공인 등 각계각층에서 규제 완화냐 강화냐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대형마트 규제가 10년간 이어진 2022년 현재, 해당 규제에 대해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팀은 지난 8월 12~16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대형마트 규제에 대한 여러 인식들을 알아보고, 앞으로의 방향을 모색해 보는 조사를 진행하였다.
대형마트 의무휴업 및 영업시간 규제에 대해 ‘잘 알고 있다’ 69%, ‘들은 바는 있지만, 내용은 잘 모른다’ 26%, ‘잘 모른다’ 5% 순으로 나타났다. 또, 살고 있는 지역에 대형마트가 있는 응답자 중 59%가 의무휴업일을 정확하게 알고 있으며, 53%가 영업시간이 언제인지 정확하게 알고 있다고 답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형마트 규제에 대해 들어봤거나 잘 알고 있었고,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도 전반적으로 높은 인지도를 보였다. 또한 대형마트와 중소유통업의 상생발전이라는 대형마트 규제 도입 취지에 대해 응답자의 58%가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규제 정책에 대해서는 응답자 중 56%가 찬성한다고 응답했다. 규제 도입 취지와 규제 정책에 대해서도 과반 이상이 동의하고 있었다.
대형마트의 밤 12시부터 오전 10시까지의 영업시간 제한 규제에 대해서 응답자의 56%가 적당하다고 답해,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30%)을 앞섰다. 대형마트 매월 2회 강제 의무휴업 규제에 대해서도 50%가 적당하다고 답했고(완화해야 한다 35%), 평일이 아닌 공휴일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하는 규제에 대해서도 46%가 적당하다는 의견이었다. 유일하게 의무휴업 시 온라인 주문 및 배달을 금지하는 규제에 대해서만 ‘완화해야 한다’는 응답이 43%로 적당하다는 응답(39%)보다 근소하게 높았지만, 전반적으로 현재의 규제 수준에 대해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의견이 우세한 상황이다.
현재 수준의 대형마트 규제에 동의하는 이유는, 의무휴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불편함을 크게 느끼지 못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대형마트의 의무휴업 및 영업시간 제한 규제로 식재료나 생필품 등을 구입하는 데 불편함을 느꼈다는 응답은 35%로, 불편하지 않았다는 응답(62%)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대형마트 규제 취지에 동의하고 현재 규제 수준도 적절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대형마트 규제 때문에 불편함을 느낀다는 응답 또한 상대적으로 소수다. 이러한 결과만을 놓고 보면, 대형마트 규제가 본래 취지에 맞게 제 기능을 다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과연 그럴까? 대형마트 규제의 실제 효과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대형마트 규제가 대형마트와 중소유통업의 상생발전에 ‘효과가 있다’는 응답은 48%, ‘효과가 없다’는 응답은 44%로 나타나, 제도의 효과에 대해서는 반신반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유는 무엇일까? 대형마트 규제 효과에 대해 사람들이 의구심을 가지는 이유는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에 어떤 곳을 이용했는지를 확인해보면 답을 알 수 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에 식재료나 생필품 등 구입을 위해 동네 식료품점을 이용한다는 응답은 46%, 전통시장을 이용한다는 응답은 32%로 나타났다. 반면 응답자의 37%는 온라인쇼핑몰을, 33%는 편의점을 이용한다고 답했다. 대형마트 규제로 인한 반사이익을 중소유통매체가 오롯이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온라인쇼핑몰과 편의점 등이 상당 부분 흡수하고 있는 것이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일로 한정하지 않고서라도, 골목상권 이용률은 높지 않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 대형마트가 있다는 응답은 67%로 전통시장이 있다는 응답 61%와 크게 차이가 나지는 않았다. 하지만 최근 6개월간 대형마트를 한 번이라도 이용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64%인 반면 전통시장을 이용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42%로, 대형마트 이용률 대비 3분의 2 수준에 그쳤다. 동네 식료품점의 경우에는 86%가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 있다고 응답하였지만, 61%만이 최근 6개월간 장을 보기 위해 한 번이라도 이용해봤다라고 답해 대형마트보다 낮았다. 특히 대형마트는 연령에 상관없이 이용률이 고르게 나타났으나 전통시장과 동네 식료품점은 연령대가 낮아질수록 이용률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나, 젊은 층의 외면을 받고 있었다.
최근 6개월간 식재료나 생필품 구입 등 장을 보기 위해 온라인쇼핑몰을 한 번이라도 이용해봤다는 응답은 68%로, 편의점(67%), 대형마트(64%), 동네 식료품점(61%)보다도 높았다. 또한, 최근 6개월간 주로 이용한 유통채널로 온라인쇼핑몰을 꼽은 응답(49%) 역시 대형마트(47%), 동네 식료품점(37%)보다 높았다. 식재료 구매의 중심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하는 상황은 온라인 구매 기반이 상대적으로 덜 갖춰진 전통시장과 동네 식료품점에 더 큰 타격으로 다가온다.
대형마트는 동네 식료품점, 전통시장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이용 만족도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격, 접근편의성, 청결도 등 9가지 항목에 대해 평가를 진행한 결과, 대형마트는 모든 항목에서 만족한다는 응답이 최소 62% 이상으로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하지만 동네 식료품점은 접근 편의성에서만 높은 긍정평가(82%)를 받았을 뿐, ‘가족들과 함께 방문해 시간을 보내기 좋다’ 등 다른 항목에 대해서는 만족도가 절반 이하였다. 전통시장 또한 다르지 않아서, ‘가격이 저렴하다’는 데에만 공감도가 50% 이상이었고 나머지 항목에서는 만족도가 낮았다. 특히 대형마트와 비교했을 때, 동네 식료품점과 전통시장은 할인이나 포인트 적립제도, 시설의 청결성, 고객서비스에서 상대적으로 훨씬 낮은 평가를 받아, 외부 공적 지원 등 다양한 해결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대형마트 규제는 더 많은 자본으로 높은 서비스 수준을 갖춘 대형유통매체에 페널티를 줘서, 상대적으로 적은 자본으로 낮은 서비스 수준을 갖춘 중소유통매체를 보호하고 그 균형을 맞추려는 성격의 정책이었다. 하지만 해당 정책은 대형마트라는 강자에 대해서만 초점을 맞춘 나머지, 해당 정책의 본래 주인공이었던 중소유통매체들을 소외시키고 있는지도 모른다.
대형마트 규제의 근간이 된 유통산업발전법은 유통산업의 효율적 진흥과 균형 있는 발전을 꾀하고, 건전한 상거래 질서를 세움으로써 소비자를 보호하고 국민경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이제는 관점을 바꿔 유통산업발전법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뒤처지는 유통매체들을 실질적으로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지 않을까.
한국리서치 여론조사 사업2본부 2부 박건춘 선임연구원, 김현진 인턴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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