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4일 오전 자강도에서 '화성-12형'으로 추정되는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1발을 발사했다. 지난달 25일 이래 열흘 사이 다섯 번째 미사일 도발이다. 앞선 네 차례 도발은 모두 사거리 500㎞ 안팎의 단거리탄도미사일(SRBM)로 동해상에 낙하한 반면 이번엔 일본 본토를 지나 4,500㎞를 비행하고 태평양에 떨어졌다. 유사시 한반도에 전개될 미군 전략자산 주둔지인 미국령 괌도 사정권이다. 북한의 무모한 폭주를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
한미일은 즉각 대응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긴급회의에서 북한이 유엔 규범을 위반했다며 국제사회와의 상응 조치를 공언했고,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과 한미일 안보협력을 강화할 협의도 지시했다. 5년 만의 북한 미사일 상공 통과로 대피령까지 내린 일본은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폭거를 강하게 비난한다"고 밝혔다. 미국은 NSC와 인도·태평양 사령부 차원에서 대북 규탄 메시지를 냈고 3국 외교장관은 북한의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 책임을 물을 공조 방안을 협의했다.
이번 도발은 지난달 30일 동해상에서 진행된 한미일 대잠수함 연합훈련에 대한 반발로 풀이된다. 특히 IRBM을 위협 수단으로 삼아 일본의 한미 군사공조 가담을 견제했다는 해석이 유력하다. 앞서 두 번의 화성-12형 시험발사 땐 비행거리를 줄여 고각 발사를 했던 북한이 이번엔 최대 사거리 발사로 괌 주둔 미군의 한반도 파견 억제 능력을 과시했다는 분석도 있다.
특히 우려되는 건 7차 핵실험 수순이란 경고다. '선 미사일 발사, 후 핵실험'은 북한의 일관된 도발 패턴으로, 통상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로 시험발사를 마무리해왔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전술핵무기로 활용될 수 있는 단거리 미사일 위주로 9차례 시험발사를 해온 북한은 현재 핵실험 가능 상태를 유지한 채로 SLBM과 신형 액체추진 ICBM 시험발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 국방부 분석이다. 만반의 대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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