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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면 다냐"... 머스크, 푸틴 편든 종전계획 내놨다 '뭇매'

입력
2022.10.04 18:0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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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승리 가능성 없다" 주장도
주독 우크라 대사 "머스크 꺼져라"
온라인상에선 테슬라 불매 목소리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8월 25일 미국 텍사스주 브라운스빌에 위치한 스페이스X 스타베이스에서 모바일용 위성 네트워크 서비스 협력 발표를 위해 기자회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브라운스빌=로이터 연합뉴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8월 25일 미국 텍사스주 브라운스빌에 위치한 스페이스X 스타베이스에서 모바일용 위성 네트워크 서비스 협력 발표를 위해 기자회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브라운스빌=로이터 연합뉴스

‘트위터 입방정’으로 각종 설화를 일으킨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이번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두고 구설에 올랐다. 전쟁을 끝내기 위해 우크라이나가 크림반도를 포기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러시아 편향 중재안을 트위터에 올렸다가 뭇매를 맞았다. 하루빨리 타협 가능한 지점을 찾아 불필요한 희생을 막는 고육책이라는 주장이지만, 전쟁 피해국에 가해국의 불합리한 요구를 받아들이라는 ‘도 넘은 훈수’를 뒀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우크라, 크림반도 포기” 요구

4일(현지시간) 머스크는 트위터에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평화안 관련 찬반 투표를 해달라”는 글을 올렸다. 여기에는 △러시아가 병합을 공식화한 우크라이나 점령지 4곳에서 유엔 감시하에 주민투표를 다시 실시하고 △우크라이나를 영구 중립국으로 전환하며 △크림반도를 러시아 영토로 인정하는 방안 등이 담겼다.

이는 전쟁 초기 진행된 회담에서 러시아 측이 ‘특별 군사작전’ 중단 전제조건으로 국제사회에 내걸었던 요구와 비슷하다. 당시 우크라이나는 “사실상 항복을 강요하는 것”이라며 받아들일 수 없다고 일축했는데, 반년이 지나 미국 사업가가 러시아의 일방적 주장을 되풀이한 셈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의 트위터 페이지. AP 연합뉴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의 트위터 페이지. AP 연합뉴스

머스크는 크림반도에 대해서는 “니키타 흐루쇼프(옛 소련 서기장)가 실수로 우크라이나에 넘기기 전까지 러시아의 영토”라거나 “러시아 인구가 우크라이나보다 세 배나 많기 때문에 우크라이나 승리 가능성이 없다”는 실언도 쏟아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느냐의 문제일 뿐, 결국 중재안대로 될 것”이라고도 했다. 전쟁이 장기전으로 흐르며 인명피해가 커지는 데다 핵전쟁 암운까지 드리우고 있는 만큼, 우크라이나가 한발 물러서야 한다고 본 것이다.

“꺼져라… 테슬라 불매”

우크라이나는 격렬하게 반발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위터에 ‘우크라이나 또는 러시아를 지지하는 머스크 중 누구를 더 선호하느냐’는 맞불 투표를 올리며 간접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냈다. 안드리 멜니크 독일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는 ‘꺼지라’는 거친 단어까지 썼다.

지난달 23일 우크라이나 동부 이지움의 한 숲에서 우크라이나 수사관들이 러시아군에 학살당한 뒤 매장된 시신들을 수습하고 있다. 이지움=AFP 연합뉴스

지난달 23일 우크라이나 동부 이지움의 한 숲에서 우크라이나 수사관들이 러시아군에 학살당한 뒤 매장된 시신들을 수습하고 있다. 이지움=AFP 연합뉴스

국제사회도 격분했다. 발트 3국 리투아니아의 기타나스 나우세다 대통령은 “누군가 테슬라 차량 바퀴를 훔치려 한다고 해서 자동차나 바퀴의 합법적 소유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온라인상에선 테슬라 불매 목소리도 이어졌다. 머스크의 설문조사에 대해 이날 오후 3시 30분(한국시간)까지 60.5%가 반대하고 39.5%가 찬성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전쟁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야욕을 포기해야만 끝난다”면서 “푸틴에 부응하는 계획을 제안하는 것은 평화를 더 가까이 불러오는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세상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이라고 해서 세계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일갈했다.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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