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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비판 안 할 수도 없고"....러시아군 패배에 스텝 꼬인 친푸틴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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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크라이나군이 동부 전선에서 잇따라 승리를 거두자 그간 우크라이나 침공을 찬양해 온 러시아 언론들이 ‘자중지란’에 빠졌다. 예비군 동원령까지 떨어진 마당에 패전 소식을 감출 수는 없고, 그렇다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비판할 수도 없으니, 비난의 화살을 애꿎은 군대에 돌리고 있다.
3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국영 방송과 주요 신문들이 패전 관련 보도를 대대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이 북동부 하르키우주(州)에 이어서 동부 병참 도시인 도네츠크주 리만과 남부 헤르손주 일부까지 탈환하자 러시아 언론도 더는 현실을 외면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AP는 “몇 주간 당혹스러운 군사적 패배를 겪은 후 러시아 뉴스와 정치 토크쇼 진행자들은 크렘린궁 심기를 거스르지 않고 우크라이나군의 전과를 설명하는 방법을 찾느라 고심하고 있다”며 현지 언론의 혼란상을 전했다.
러시아 언론의 집중포화 대상은 주로 러시아군이다. 시청률 2위 국영 방송 ‘로시야1’에서 정치 토크쇼를 진행하는 대표적 친푸틴 언론인 블라디미르 솔로비요프는 “리만에서 러시아군에 일어난 일은 심각한 문제”라고 맹비난하며 “우리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비록 인기는 없을지언정 필요한 결정을 내리고 행동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력 일간 ‘콤소몰스카야 프라우다’는 리만 철수 관련 기사에서 “러시아군이 물자와 인력 부족, 열악한 조직력, 전술적 실수로 어려움을 겪었다”고 설명하며 “사기가 떨어진 병사들이 퀭한 눈으로 겨우 리만을 빠져나갔다”고 썼다.
러시아 국영 매체 소속 종군기자들도 리만 퇴각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개인 텔레그램 채널 구독자 94만 명을 거느린 로시야1 기자 알렉산드르 슬라드코프는 “우크라이나군이 불과 이틀 만에 루한스크주에서 30㎞ 떨어진 러시아군 방어선을 돌파했다”며 “러시아군이 새 진지를 구축할 겨를도 없이 우크라이나군이 진격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개전 초기 크렘린궁의 나팔수 노릇을 하며 적극적 참전을 독려하던 때와 비교하면 언론의 어조가 확실히 싸늘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러시아 정부가 징집령 발표 이후 언론 통제를 한층 강화한 시점에 비판이 터져 나오고 있다는 점이 예사롭지 않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말 러시아 언론·통신 규제 기관은 “징집령 뉴스를 다룰 때는 연방 정부 및 지역 행정기관의 데이터와 정보만 사용해야 한다”는 새로운 보도 지침을 내렸다. 이를 어길 시에는 언론사 운영이 중단되거나 최대 500만 루블(약 1억2,000만 원)에 달하는 벌금을 물어야 한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는 “러시아군의 패배, 무분별한 징집령 시행 이후 러시아 보도 기관들이 근본적으로 변하기 시작했다”고 평했다.
러시아 정부는 앞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직후에도 러시아군에 대한 ‘거짓 정보’를 유포할 경우 최대 15년 징역형에 처하는 법을 만들어 언론에 재갈을 물렸다. 올해 3월 러시아 국영방송 ‘채널1’ 뉴스 도중 “전쟁 반대” 손팻말을 들고 항의했던 뉴스 편집자 마리나 오브샤니코바가 대표 사례다.
당시 사건으로 3만 루블(약 75만 원) 벌금형을 받았던 마리나는 8월에도 크렘린궁 건너편 강둑에서 1인 시위를 하다가 해당 법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됐다. 마리나는 재판에 앞서 가택연금 처분을 받았는데, 최근 11세 딸과 함께 집에서 빠져나와 종적을 감췄다. 3일 영국 가디언은 “러시아 내부무가 마리나에 대해 지명수배를 내렸다”고 전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 조사에 따르면 올해 초 러시아에서 거짓 정보를 처벌하는 새로운 법이 발효되고 몇 주 만에 위반 사례가 60건가량 적발됐다. 러시아를 탈출한 언론인은 150명이 넘는다. 국제언론단체 국경없는기자회가 평가하는 언론자유지수에서 러시아는 조사대상국 180곳 중 155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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