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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횡령 환수 위해 선고 미뤄달라"... 법원은 왜 안 받아들였나

입력
2022.09.30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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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614억 횡령 형제 징역 13년·10년 선고
93억 횡령액 추가 공소장 변경 신청했지만 기각
재판부 "시공간적 연관성 부족... 동일 범죄 아냐"

614억 원 규모의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우리은행 직원 A씨가 올해 4월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들어가고 있다. 뉴시스

614억 원 규모의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우리은행 직원 A씨가 올해 4월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들어가고 있다. 뉴시스

재판부 : "공소장 변경과 변론 재개 불허에 관한 이의제기를 기각합니다."

검찰 : "저희가 구형도 안 하지 않았습니까. 형사소송법에 따라 의견 진술 기회를 받아야 하고, 변론 재개 불허는 공소장 변경에 관한..."

재판부 : "판결 선고하겠습니다."

6년 동안 우리은행 계좌에서 614억 원을 횡령해 사적으로 사용한 직원이 징역 13년을 선고받았다. 검찰은 횡령액을 추가로 발견해 공소장 변경과 변론 재개를 요청했지만, 재판부는 "공소사실 간에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 조용래)는 30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과 재산국외도피 혐의 등으로 기소된 A(43)씨에게 징역 13년을, 그의 친동생 B(41)씨에게는 징역 10년을 각각 선고했다. 두 사람에게 각각 추징금 323억 원 납부도 명령했다.

A씨는 B씨와 공모해 2012년 10월부터 2018년 6월까지 우리은행 계좌에 보관돼 있던 614억 원을 인출한 뒤 주가지수 옵션거래 등 사적으로 사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2013년 1월부터 2014년 1월까지 해외직접투자 및 외화예금 거래 신고를 하지 않은 채 해외에 설립한 페이퍼컴퍼니 계좌로 50억 원을 송금한 혐의도 받았다.

검찰청 로고. 뉴시스

검찰청 로고. 뉴시스

이날 재판에선 검찰의 공소장 변경과 변론 재개 요청을 재판부가 받아들일지가 관심사였다. 검찰은 22일 보강 수사를 통해 A씨와 B씨가 93억 원을 추가로 횡령한 정황을 발견하고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다. A씨 형제가 가족 등에게 빼돌린 189억 원을 환수하기 위한 선고기일 연기도 요청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검찰 요청을 기각했다. △범행 동기와 수법 △범죄행위 간의 시·공간적 연관성 등을 판단했을 때 검찰이 새롭게 추가한 혐의와 기존 범죄사실에 동일성이 없다는 취지였다.

검찰은 "공소장 변경과 변론재개 불허는 재판부의 재량권 일탈·남용"이라며 이의를 제기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검찰의 이의 신청을 기각했다. 검찰이 이에 "구형 의견이라도 밝히게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재판부는 선고 절차에 돌입했다.

법원은 형제에게 중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는 금융기관 직원으로서 높은 윤리의식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여러 차례 허위 보고까지 하며 614억 원을 횡령했다"며 "피해자와 합의하지 못했고, 피해 회복도 기대하기 어려워 엄중한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B씨에 대해서도 "A씨와 거액의 자금을 횡령해 기업의 신뢰를 심각하게 손상시키는 등 죄질이 불량하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판결에 반영되지 않은 횡령액 93억 원 등에 대해선 추가 기소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박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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