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9일 방한한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을 접견했다. 내년 윤 대통령 방미, 북핵 대응, 통화스와프 등이 포함된 양측 논의 주제 가운데 핵심은 미 인플레 감축법(IRA)에 따른 한국 전기차 피해 구제였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우리 측 우려를 전달하면서 "한미 FTA 정신을 바탕으로 상호 만족할 만한 합의 도출에 긴밀히 협력할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해리스 부통령은 "나뿐 아니라 조 바이든 대통령도 한국 측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며 "법률 집행 과정에서 우려 해소 방안이 마련될 수 있도록 잘 챙겨보겠다"고 답했다. 미 재무부가 연말까지 마련할 IRA 세부 지침에 한국의 요구를 반영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1일 바이든 대통령이 뉴욕 유엔총회 기간에 윤 대통령에게 "양국이 진지한 협의를 이어나가자"고 말한 데 이어 보다 구체적인 이행 방향을 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IRA의 정치적 이득을 의식해 한국차 차별 해소에 소극적이던 미국 정부가 최고위급 차원에서 성의 있는 자세를 보인 점은 긍정적이다. 우리 정부의 지속적 문제 제기와 더불어 자국에서도 한국 자동차·배터리 업계 투자를 유치해놓고 지원 대상에서 배제하는 바이든 정부의 이중성을 비판하는 여론이 확산되는 상황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유력지 월스트리트저널은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대미 관계 발전 노력을 계속해온 한국이 배신감을 느꼈다"고 지적했다.
이번 약속이 립서비스에 그치면 곤란하다. 한국 정부는 북미 지역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에만 판매 보조금을 주는 IRA 조항의 피해를 줄이고자 세부 지침에 유예기간 설정, 연내 북미 공장 착공 땐 혜택 부여 등 전향적 조치를 포함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바이든 정부는 중간선거 이후에라도 이를 적극 검토하길 바란다. 우리 당국도 미 의회의 IRA 제정 과정에 속수무책이었던 점을 반성하고 이제라도 국익 관철에 다각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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