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러 영토 야욕 용납 안해"… 미국 무기 지원·EU 러 원유 제재

입력
2022.09.29 09:44
구독

미 국방부 무기 지원 이어 국무부 추가 제재 예고
EU, 10조 원 수입 제한·주민투표 관련 인사 제재

24일 우크라이나 동부 루한스크주의 실외 투표소에서 주민들이 러시아 귀속 여부를 묻는 투표를 하고 있다. 루한스크=EPA 연합뉴스

24일 우크라이나 동부 루한스크주의 실외 투표소에서 주민들이 러시아 귀속 여부를 묻는 투표를 하고 있다. 루한스크=EPA 연합뉴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점령지에서 실시한 영토 병합 주민투표에 대해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국제사회가 “절대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며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추가로 제공할 계획이고, EU는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와 수출입 규제 등 경제 제재를 추진한다.

미 “우크라와 함께 할 것”… 1조6,000억 원 무기 지원

카린 장 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28일(현지시간) 언론 브리핑에서 “미국 정보에 따르면 이미 몇 주 전에 러시아 관리들은 사전에 결정된 투표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었다”며 “러시아는 가짜 주민투표를 우크라이나 영토 병합의 명분으로 삼으려 하지만 이는 국제법과 유엔헌장 위반”이라고 규탄했다.

앞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부 루한스크주(州)와 도네츠크주, 남부 자포리자주와 헤르손주 등 4개 지역에서 러시아 영토 편입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를 23~27일 실시한 결과 90%대 찬성률로 가결됐다고 주장했다. 국제사회는 이번 주민투표가 조작된 것일 뿐 아니라 불법적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장 피에르 대변인은 “미국은 결코 불법적인 병합 시도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크라이나는 완전한 주권을 위한 싸움을 계속할 권리가 있고 우리는 우크라이나가 영토 주권을 수호하는 데 계속 함께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8일 워싱턴 로널드 레이건 빌딩에서 열린 '기아·영양·보건' 관련 백악관 회의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8일 워싱턴 로널드 레이건 빌딩에서 열린 '기아·영양·보건' 관련 백악관 회의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그의 조력자들이 뭐라고 주장하든 상관없이 해당 지역은 우크라이나 영토”라며 “동맹 및 파트너 국가들과 함께 러시아와 러시아의 이번 주민투표를 도운 개인 및 단체에 대해 수일 내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대(對)러시아 추가 제재를 예고했다.

미 국방부는 우크라이나를 돕기 위해 11억 달러(약 1조6,000억 원) 규모 무기 지원책을 발표했다. 여기엔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 18대, 험비 차량 150대, 전술 차량 150대, 드론 탐지 시스템 등이 포함됐다. 올해 2월 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군사 지원 총액은 162억 달러(약 22조3,000억 원)에 달한다.

칼 빼든 EU… 러 유가 상한제 추진

EU도 러시아의 영토 야욕을 좌시하지 않겠다며 즉각적인 대응에 나섰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영토 병합 주민투표는 영토를 훔치고 국제적으로 인정된 국경의 위치를 변경하려는 불법적인 시도”라면서 “우리는 러시아가 이 같은 긴장 고조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하겟다는 결의가 확고하다”고 경고했다.

EU가 공개한 대러 추가 제재안에는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 도입을 위한 법적 기반 등이 포함된다. 러시아에 원유 운송비용은 확보해 주면서도 추가 이익은 내지 못하도록 규제해 푸틴 대통령이 더는 전쟁을 하지 못하도록 ‘돈줄’을 막겠다는 의도다. EU는 이미 앞선 제재를 통해 올해 12월 이후 해상을 이용한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금지한 상태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28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러시아산 원유가격 상한제와 70억 유로 상당의 수입제한 등을 포함한 추가 대러 제재안을 설명하고 있다. 브뤼셀=EPA 연합뉴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28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러시아산 원유가격 상한제와 70억 유로 상당의 수입제한 등을 포함한 추가 대러 제재안을 설명하고 있다. 브뤼셀=EPA 연합뉴스

아울러 70억 유로(약 9조7,000억 원) 상당 수입 제한 조치도 이번 제재안에 담겼다. 수입 제한 대상으로는 철강 제품과 석유 정제 시 필요한 특수 석탄, 다이아몬드 등이 지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EU에서 항공, 전자부품, 특수화학원료 관련 특정 핵심기술을 러시아로 수출할 수도 없게 된다. 러시아의 경제기반과 현대화 능력을 약화시키기 위한 조치다.

입국 금지와 자산압류 대상 개인도 늘어난다. 여기에는 우크라이나 내 4개 러시아 점령지에서 가짜 주민투표를 조직화한 이들이 포함된다. 또 군과 방산업계 고위관계자도 들어간다. 이들이 제재를 피해갈 수 없도록 제재 우회 시도자 명단도 작성된다. 또한 EU 시민권자는 앞으로 러시아 국영회사의 간부급 자리에 오르는 게 금지된다.

김표향 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