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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기 난사, 분신 시도, 방화까지… 징집 저항에 푸틴 '흠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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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예비군 30만 명 동원령’에 저항하는 민심이 험악해지고 있다. 가두 시위를 넘어 방화, 총기 난사 등 폭력 양상으로 번질 조짐이다. 당황한 크렘린궁이 여론 달래기에 나섰지만 분노는 좀처럼 꺾이지 않는다. 푸틴 대통령의 선택이 정권을 흔드는 ‘자충수’가 될 거라는 관측에 점점 무게가 실리고 있다.
26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따르면, 이날 새벽 러시아 볼고그라드주 우류핀스크 지역에서 한 남성이 군 입영센터를 차로 들이받은 뒤 수차례 화염병을 던졌다. 군 행정 건물을 겨냥한 방화는 상트페테르부르크, 칼리닌그라드 등 대도시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 독립언론 메디아조나는 21일 징집령 발표 이후 25일까지 러시아 전역 군 사무소 17곳이 화염병 공격 등으로 잿더미가 됐다고 전했다. 2월 24일 전쟁 시작 이후 7개월간 군 사무소 방화는 총 54건 일어났는데, 이 중 30% 이상이 닷새 만에 발생한 것이다.
모스크바 남동쪽 라쟌시에서 한 남성은 징집 버스 앞에서 몸에 인화성 액체를 바른 뒤 불을 붙이며 “전쟁에 참여하고 싶지 않다”고 소리를 질렀다. 구급대원이 출동해 생명은 건졌지만, 신체 90%에 화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말 그대로 ‘목숨을 건 참전 거부’인 셈이다.
불투명한 징집 과정은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예비군 중 1% 정도만 소집한다”는 당초 군 당국 발표와 달리 △미복무자 △노인 △장애인 등이 무차별적으로 동원되고 있다. 26일 시베리아 이르쿠츠크주(州) 군사동원센터에서 25세 남성이 총기를 난사해 장교 한 명이 중상을 입었는데, 이 남성은 징집 대상이 아니었던 친구가 군에 끌려가게 되자 불만을 품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징집을 피하기 위한 러시아 엑소더스(대탈출) 행렬도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조지아를 통해 러시아를 빠져나가려는 차량이 국경 검문소에서 16㎞ 떨어진 곳까지 줄을 이었고, 국경 통과에 최대 48시간이 걸린다고 미국 CNN은 보도했다. 동원령 발표 이후 러시아를 탈출한 남성은 최소 26만1,000명에 달한다. 미하일 비노그라도프 페테르부르크정치재단 위원장은 “동원령은 푸틴 대통령 집권 사상 유례없는 사회 불안 급증을 촉발했다”고 꼬집었다.
거센 반발에 놀란 정부는 부랴부랴 진화에 나섰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동원령 관련 법령을 위반해 과한 징집을 하는 사례가 일부 있었다”며 “모든 실수는 바로잡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징집 과정에서 오류가 있었음을 공식 인정한 셈이다. 빠른 사과를 통해 악화한 여론을 되돌리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다만 정부의 뒤늦은 민심 달래기가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사설에서 “러시아 국민은 정부가 개인의 일상에 간섭하지 않는 대가를 약속받고 전쟁 상황에 신경쓰지 않겠다는 일종의 (사회적) 계약이 유지돼 왔다”며 “군 동원령은 이 약속을 파기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미국 의회전문매체 더힐 역시 “동원령은 푸틴 대통령에게 높은 사회·정치적 비용을 안겨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쟁 현장의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선택한 동원령이 되레 전쟁에 침묵해온 시민들과 정권 사이의 균열을 일으키는 패착으로 작용할 거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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