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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렌스키는 개XX'... 유엔서 벌어진 '욕설 전쟁'

입력
2022.09.23 19:0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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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가 전쟁 장기화” 젤렌스키 향해 욕설
러 대표, 지각 입장 뒤 자기 말만 하고 퇴장
블링컨 미 국무장관 등 서방 측 성토 이어져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22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욕=AFP 연합뉴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22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욕=AFP 연합뉴스

러시아 정부 대표가 유엔 회의장에서 우크라이나를 저격하며 '개XX'라는 욕설을 내뱉었다. 유엔 회원국들의 비판이 잇따르면서 러시아는 국제사회에서 더 고립될 처지가 됐다.

"젤렌스키는 우리 러시아의 개XX"... 돌출 행동

2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에서 전쟁의 책임을 우크라이나와 서방에 떠넘기면서 "젤렌스키는 개XX(Son of a bitch)이지만, 원래는 우리 러시아의 개XX"라고 내질렀다.

라브로프 장관은 최악의 매너로 일관했다. 15개국 대표가 참석한 회의에 1시간 30분가량 지각했다. 러시아를 비판하는 다른 대표들의 연설을 조금도 듣지 않겠다는 듯, 자기 연설 순서 직전에 회의장에 도착한 데 이어 쏟아내듯 자기 말만 하고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국제 외교 무대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무례한 행동이었다.

직업 외교관인 라브로프 장관은 푸틴 대통령의 복심이다. 2004년 러시아 외무장관에 임명돼 2000년 정권을 잡은 푸틴 대통령의 임기를 대부분 함께했다. 1994년부터 2004년까지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를 지낸 그가 유엔을 모독한 것이다.

우크라·서방 '반격'... 중국은 애매모호한 태도

우크라이나 대표는 즉각 반격했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부재 중인 라브로프 장관을 향해 "러시아 외교관들이 거짓말로 범죄를 선동하고 은폐하는 데 동조하고 있다”며 “파렴치하다”고 맞받았다. 이어 "푸틴은 예비군 동원령을 내림으로써 자신이 패배하고 있음을 전 세계에 선포했다"면서 "30만 명 혹은 50만 명을 징집해도 결코 전쟁에서 이기지 못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유엔 회원국들을 향해 "러시아에 전쟁 책임을 물어 정의를 실현해 달라"고 촉구했다.

서방은 우크라이나를 지원사격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러시아의 대인지뢰 사용 등 잔혹 행위로) 국제 기준을 찢어버렸다"며 "안보리는 러시아의 무모한 핵 위협을 즉각 멈추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고 역설했다. 제임스 클레버리 영국 외무장관도 "라브로프 장관은 안보리의 집단적인 비난을 듣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다"고 비꼬았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러시아의 핵 위협을 조금도 용납할 수 없다"면서 러시아가 23일부터 우크라이나 점령지에서 러시아 영토 편입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를 강행하는 것에 대해 "유엔 헌장과 국제법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협상을 촉구하면서도 러시아를 직접 겨냥하지는 않았다.


김청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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