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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끌려가나?'...동원령 발표에 러시아인 '패닉', 대탈출 조짐도

입력
2022.09.21 20:0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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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 급락, 항공권 예약 '쑥'
BBC "이제서야 전쟁 위험 인지"
국방장관 "학생 징집 안 해" 진화

20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러시아를 섬기는 것이 진짜 직업"이라고 적힌 모병 광고판 앞을 시민들이 걷고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AFP 연합뉴스

20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러시아를 섬기는 것이 진짜 직업"이라고 적힌 모병 광고판 앞을 시민들이 걷고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AFP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동원령을 발동하자 러시아 국민들이 공포(패닉)에 빠졌다. 동원 대상이 예비군 등으로 한정된 '부분 동원'이지만, 민간인도 징집 대상이라는 점에서 언제 자신도 전쟁의 포화 속으로 빨려 들어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확산된 탓이다.

러시아 증시가 급락하고 잠정적 징집 대상인 젊은 남성들이 앞다퉈 해외로 탈출하려고 하자 러시아 군 당국은 동원령 의미를 축소하고 전사자 수를 줄여서 발표하는 등 여론 달래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21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은 “푸틴 대통령의 군 동원령 발표에 러시아 주식시장이 급락했다”고 보도했다. 실제 이날 투자정보업체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러시아 대표 주가 지수인 모엑스(MOEX)지수는 개장(오전 10시·한국시간 오후 4시) 직후 한때 9.6% 급락했다. 이후에도 3~5%대 하락세를 유지 중이다. 투자자들이 시장에서 돈을 빼고 있다는 의미다. 러시아 루블화 환율은 장중 한때 달러당 63.1029루블로 전날보다 4.91% 치솟았다.

국민들은 불안에 떨었다. BBC는 “러시아 밖으로 떠나는 항공편 예약이 크게 늘었다”며 “특히 젊은 전문직 종사자들이 나라를 빨리 벗어나려 한다”고 덧붙였다. 푸틴 대통령이 민간인까지 동원해 전쟁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히자 행여 전선에 강제 투입될까 우려했다는 얘기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일 모스크바에서 예비군 30만 명 동원령을 발표하고 있다. 모스크바=AP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일 모스크바에서 예비군 30만 명 동원령을 발표하고 있다. 모스크바=AP 연합뉴스

러시아 국민들의 동요는 주목할 만하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7개월이 지나서야 전쟁의 참상을 우려하기 시작했다는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사실 그간 가족을 전장에 내보내지 않은 보통의 러시아인들에게 전쟁은 ‘먼 나라 얘기’나 다름없었다. 서방의 제재로 경제적으로 압박을 받긴 했지만, 삶의 터전이 전선에서 멀리 떨어진 덕에 생사의 갈림길엔 놓이지 않았다.

게다가 러시아는 지난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이를 ‘전쟁’이 아닌 ‘특별 군사작전’이라고 부르며 동원령도 내리지 않았다. “강제 군 동원령은 없을 것”이라고도 강조해왔다. 그러나 이날 푸틴 대통령이 돌연 입장을 뒤집고 개전 이후 처음으로 부분 동원령을 발동하면서 타지에서 목숨을 잃는 상황이 언제든 현실이 될 수 있다고 여긴 셈이다. BBC는 “많은 러시아인이 대체로 무시하려고 노력해 온 전쟁이 이제는 수만 명의 시민에게 훨씬 더 가까이 다가왔다”고 꼬집었다.

나라가 발칵 뒤집히자 러시아 정부는 동원 규모를 최소화하겠다고 밝히는 등 여론 달래기에 나섰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동원 대상은 전체 예비군 2,500만 명의 1% 정도인 30만 명 정도"라며 "특히 학생들을 징집하지는 않을 것이며, (예비역) 징집병들도 전선으로 보내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쟁에 대한 공포를 줄이기 위해 전사자 수도 축소 발표했다. 서방은 러시아 전사자 수가 수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으나, 쇼이구 장관은 "전장에서 5,937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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