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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연인 살해 40%는 '스토킹 후' 발생... 그래도 스토커 못 가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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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진 연인에게 살해를 시도한 10건 중 4건은 스토킹이 동반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의 경우 피해자와 피의자가 연인 관계는 아니었지만, 피해자가 3년간 스토킹 피해를 당하다 희생당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신변보호 조치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18일 김성희 경찰대 교수와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의 '친밀한 파트너 살인의 특성에 관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친밀한 파트너 관계에서 발생한 살인(살인미수·예비 포함) 사건 중 스토킹이 선행된 사건 비율이 37.5%에 달했다. 2017~2019년 1심 유죄 판결문 336건을 분석한 결과, 126건에서 살해 시도 전 스토킹이 있었다는 것이다. 스토킹이 강력범죄의 전조임을 시사하는 연구 결과다.
하지만 국내에선 지난해 10월부터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됐는데도, 기본적인 가해자·피해자 분리 조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실제로 스토킹 피해자를 신속히 보호하기 위한 '잠정조치'는 무용지물에 가깝다.
스토킹처벌법상 경찰이 가해자에게 취할 수 있는 잠정조치는 △서면 경고(1호) △100m 이내 접근금지(2호) △연락 금지(3호) △유치장·구치소 유치(4호)로 구분된다. 그러나 가해자가 이를 위반해도 즉각 발견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다. 지난 6월 집행유예 선고를 받은 스토킹 가해자 판결문에 따르면, 가해자는 잠정조치 2호와 3호 결정을 받은 지 나흘 뒤에 낚싯대를 들고 피해자 직장을 3차례나 찾아가 위협했지만 아무 제지도 받지 않았다.
잠정조치 4호는 가장 강력한 조치지만 기각 비율이 절반이 넘는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경찰청과 법무부로부터 받은 '스토킹처벌법 시행 이후 잠정조치 신청 결과' 자료에 의하면, 올해 1~7월 경찰이 신청한 잠정조치 4호 500건 중 275건(55%)이 검찰이나 법원 단계에서 기각됐다.
법원에서 잠정조치 4호를 받아들인다고 해도, 짧은 구금 기간 탓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잠정조치 1, 2, 3호는 조치 가능 기간 2개월 후 2개월 범위에서 2회까지 연장 가능하지만, 4호는 한 달 구금 조치 뒤 아예 연장 절차가 없다. 스토킹 범죄가 수사 개시부터 재판 종결까지 반년 이상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피해자는 수사와 재판 내내 불안에 떨 수밖에 없는 셈이다.
우리보다 20여 년 먼저 스토킹처벌법을 도입한 영국에선 피해자 요청이 없어도 추가 피해 우려를 이유로 경찰이 최소 2년 이상 '보호명령'을 법원에 신청할 수 있다. 법원에서 정식 보호명령이 인용되기 전에 임시 보호명령 신청도 가능하다. 가해자가 보호명령을 위반하면 최대 징역 5년에 처해진다.
법원이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 단계에서 가해자 구속 요건을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형사소송법상 구속영장 발부 여부는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핵심 판단 기준이다. 범죄 중대성과 재범 위험성, 피해자·참고인에 대한 위해 가능성은 고려사항으로만 규정돼 있다.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만 없다면 스토킹 범죄처럼 피해자 위해 가능성이 있어도 판사 재량으로 영장이 기각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신변보호 대상자가 재차 스토킹 피해를 당해 신고해도 구속 수사를 받는 가해자가 극히 드물었다.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신변보호 대상자가 재신고한 7,772건 중 구속 수사한 경우는 211건(2.7%)에 그쳤다.
법조계에선 신당동 스토킹 살인사건을 계기로 '피해자 보호'와 '재범 위험성'을 구속을 결정하는 중요 요건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법원에선 한 번 구속되면 보통 6개월 동안 수감되기 때문에 구속 여부를 엄격히 판단하는 편"이라며 "구속 요건은 완화하되 재판 중 석방될 수 있도록 보완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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