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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시행 1년… 스토킹범죄 못 막는 스토킹처벌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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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은 스토킹범죄 피해자를 보호하지 못하는 스토킹처벌법의 한계를 극명하게 보여줬다. 가해자가 피해자와 합의하면 형사처벌을 못하는 '반의사불벌죄'의 맹점도 드러났다.
16일 한국일보가 대법원 판결문 검색 시스템을 통해 스토킹처벌법 시행(2021년 10월 21일) 이후 현재까지 스토킹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사건의 확정 판결문 237건을 분석한 결과, 피해자가 처벌불원서를 제출해 공소기각된 사례가 81건에 달했다. 가해자 10명 중 3명 이상은 재판 중 면죄부를 받는다는 뜻이다.
재판까지 가지 않고 수사 단계에서 처벌 불원을 이유로 종결된 사건은 훨씬 많다. 올해 6월 경찰청이 발간한 '2021 사회적 약자 보호 치안백서'에 따르면, 올해 3월까지 스토킹처벌법 위반으로 입건된 사람 3,039명 가운데 불기소된 인원은 1,120명(36.9%)에 달했다. 대부분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했기 때문이다.
상당수 피해자들은 가해자 협박이나 보복 우려로 어쩔 수 없이 처벌 불원 의사를 밝히고 있다. 한민경 경찰대 교수는 "피해자들은 경찰 신고 땐 강력한 처벌을 원하지만, 법정에 들어서면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밝힌다"며 "그것은 진정한 용서와 합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음 달이면 스토킹처벌법 시행 1년이지만, 가해자 처벌은 관대했다. 현재까지 스토킹법으로 선고가 난 156건 가운데 실형은 39건으로 25%에 그쳤다. 집행유예는 76건, 벌금형 41건이었다. 실형이 선고된 39건 중 35건은 협박이나 폭행 등 다른 범죄와 함께 재판에 넘겨진 경우이고, 스토킹법 위반 혐의로만 기소된 사건 중에선 겨우 4건만 실형이 나왔다.
재판부가 기계적으로 '가해자 반성'을 양형에 유리하게 반영한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헤어진 연인의 차량 바퀴를 송곳으로 찔러 구멍 내고, 시멘트 벽돌을 피해자 주거지 창문에 던지거나, 운행 중인 피해자 차량에 올라탄 피의자들도 반성한다는 이유로 모두 집행유예를 받았다.
스토킹범죄 특성상 가해자가 피해자 정보를 많이 알고 있어 강력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데도 구속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은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경찰청에 따르면 스토킹법 위반으로 입건된 3,039명 중 구속된 비율은 4.3%(129명)에 불과했다. 전체 범죄사건 구속률(1.5%)에 비해선 높은 수치지만, 가해자와 피해자 관계가 연인, 지인, 이웃 등 면식범인 경우가 많아 좀더 적극적인 수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높다.
신당역 사건에서도 피의자는 피해자와 입사 동기였고, 범행 당시에도 서울교통공사 직원 신분을 유지하고 있어 피해자에게 접근이 용이했다. 피의자는 범행 직전 지하철 6호선 구산역에 있는 고객안전실에 들어가 공사 내부망에 접속한 뒤 피해자 근무지와 야간 근무 일정을 파악했다.
경찰도 적극 수사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한국경찰학회보에 게재된 '피해자 신변보호 제도 개선에 대한 경찰관의 인식 연구' 논문에 따르면, 현직 경찰관 3,171명 중 2,652명(83.6%)이 피해자나 중요 참고인에 대한 위해 우려를 구속 사유로 입법화해야 한다고 답했다. 서혜진 한국여성변호사회 인권이사는 "피해자는 스토커가 모든 정보를 알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불안해한다"며 "가해자가 수감시설에 구속만 돼도 엄청난 안도감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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