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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결국 살인으로…"스토킹은 극단적 범죄의 전조증상 강해"

입력
2022.09.16 13:00
수정
2022.09.16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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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
"스토킹 범죄, 언제든 살인·특수상해 등 진화·발전해"
"레이건 대통령 쏜 힝클리, 세모녀 살인사건 등 충격"

15일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화장실 입구에 마련된 추모 공간에서 시민들이 추모 메시지를 쓰고 있다. 연합뉴스

15일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화장실 입구에 마련된 추모 공간에서 시민들이 추모 메시지를 쓰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신당역 여성 역무원을 살해한 남성 A씨가 피해자를 오랫동안 스토킹해왔던 동료 역무원이었던 사실이 밝혀지면서 논란도 확산된 가운데 "스토킹 범죄가 살인 등 극단적인 범죄의 전조 증상이 강하다"는 전문가 의견이 나왔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16일 YTN '뉴스라이더'에서 이같이 밝히며 "스토킹 범죄는 언제든지 살인과 특수상해 등으로 진화,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 이유에 대해 "왜냐하면 스토커의 심정적인 특성은 '내가 어떤 일이 생긴다고 하더라도 지금 이런 것을 원상회복하거나, 원상회복이 안 되면 적어도 이런 상황을 야기시킨 당사자, 상대방에게 응징과 복수를 하겠다'는 마음을 먹는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극단적인 범죄 사례로 미국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을 저격했던 존 힝클리를 들었다. 그는 "배우 조디 포스터를 스토킹했던 존 힝클리라는 사람이 포스터의 마음을 사기 위해서 레이건 대통령까지 저격했던, 이런 마음상태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힝클리는 지난 1981년 3월 30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레이건 대통령에게 총으로 암살 시도를 했다. 당시 힐튼 호텔에서 전미노동단체연합 대표들과 오찬을 가진 후 백악관으로 돌아가려던 레이건 대통령은 힝클리가 발사한 권총에 가슴 부위를 맞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레이건 대통령과 제임스 브래디 백악관 대변인 등 4명이 총상을 입었다. 부상자 모두 총알 제거 수술을 받아 목숨을 건졌으나, 브래디 대변인은 하반신 마비로 평생 고통 받아야 했다.


1981년 3월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을 향해 총을 쏜 존 힝클리가 체포되고 있다. 가슴 부위에 총격을 맞고 쓰러진 레이건 대통령은 수술을 받고 목숨을 건졌다. AP 연합뉴스

1981년 3월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을 향해 총을 쏜 존 힝클리가 체포되고 있다. 가슴 부위에 총격을 맞고 쓰러진 레이건 대통령은 수술을 받고 목숨을 건졌다. AP 연합뉴스

당시 힝클리가 대통령까지 저격한 이유가 밝혀지며 미국 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다. 영화 '택시 드라이버'에 출연한 여주인공 포스터의 관심을 끌기 위해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힝클리는 포스터에 빠져 수차례 열애 편지를 보내고, 포스터의 대학 근처에 숙소를 잡는 등 스토킹해왔다.

이 교수는 "최근 1~2년 사이에 우리 사회를 놀라게 했던 사건들도 결국 스토킹으로 시작해서 발생한 노원 세 모녀 살인사건 등이 극단적인 형태로 나타났다. 스토커는 일반적인 범죄하고는 달리 취급해야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당역 살인사건에는 "잘못된 남성지향적 가치의식도 깔려 있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계속적인 의사표시, 또 상대방이 거절했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을 인정하지 않았다"며 "언론 보도 등에 의하면 특정 시간 안에 수십 회 이상 반응하라든가 (했다는데), 이런 것은 스토킹 범죄의 대표적인 특성으로 나타난다"고 극단적인 범죄의 전조 증상이 강하다는 측면을 강조했다.


신당역 살인사건 피의자가 15일 오후 서울 광진구의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호송되고 있다. 뉴스1

신당역 살인사건 피의자가 15일 오후 서울 광진구의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호송되고 있다. 뉴스1

또한 이 교수는 피해자가 A씨를 두 차례 고소했던 상황도 주목했다. 피해자는 지난해 10월 불법 촬영 혐의로 A씨를 고소했고, 올해 1월에도 스토킹 혐의를 추가 적용해 다시 고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서부경찰서는 지난해 10월 A씨에 대해 성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촬영물 등 이용 협박)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서울서부지법이 이를 기각한 바 있다.

이 교수는 경찰이 '잠정조치 4호' 조치를 취해야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경찰은) 두 번째 고소 사건에 더 적극적으로 영장 청구와 긴급 응급조치 등을 했어야 했다"며 "이를테면 '잠정조치 4호'가 있다. 이러한 우려가 재범의 가능성이 있을 때는 경찰관이 법원에 청구를 해서 한 달간 구치소라든가 경찰서 유치장에 잠정적으로 신체 자체를 구금시킬 수 있는 조치"라고 말했다.

이어 "이것을 적극적으로 실행했어야 되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던 구조적인 이유는 이걸(잠정조치 4호) 신청한다고 해도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10% 남짓에 불과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강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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