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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량백신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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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선보이는 칼럼 '메아리'는 <한국일보> 논설위원과 편집국 데스크들의 울림 큰 생각을 담았습니다.
코로나19 개량백신이 들어왔다. 맞아야 할까 말아야 할까. 이번에 도입된 백신은 대유행 초기 유행했던 ‘원조’ 바이러스와 오미크론 변이(BA.1)를 동시에 예방하도록 개량한 2가 제품이다. 방역당국은 고위험군은 접종을 “권고”하지만, 그 외 18세 이상 성인에겐 접종을 “허용”한다고 했다. 맞으란 얘기도 아니고, 맞지 말란 얘기도 아니다. 국민들도, 당국도, 심지어 백신 전문가와 제조사조차도 개량백신을 두고 딜레마에 빠졌다.
첫 번째 딜레마는 올겨울 유행할 바이러스 유형을 모른다는 데 있다. 이론적으로는 오미크론의 하위 변이인 BA.5거나 여기서 파생된 또 다른 변이일 가능성이 높다. 현재 국내 환자들이 감염된 바이러스의 97% 이상이 BA.5라서다. BA.5보다 먼저 퍼졌던 오미크론이 도로 유행할 가능성은 낮다. 그렇다면 원조와 BA.5를 함께 예방하도록 개량했다는 다른 2가 백신이 오길 기다리는 편이 낫지, 오미크론 백신을 굳이 맞을 필요가 있을까. 방역당국은 오미크론 예방용 2가 백신이 BA.5에 대해 기존 백신보다 70% 정도 높은 예방 효과를 보인다는 연구결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 맞는 게 나은 건가, 흔들린다.
BA.5 예방용 2가 백신을 빨리 들여오면 될까. 두 번째 딜레마가 여기에 있다. BA.5 백신이 임상시험을 아직 완료하지 못했다고 한다. 미국은 동물실험 자료만으로 BA.5 백신에 긴급사용승인을 내줬다. 많은 사람에게 맞혀보고 효과와 안전성을 검증하지 않았으니 정작 국내에 공급돼도 선뜻 접종하기 꺼려질 수 있다. 하지만 백신의 주 원료인 유전자(RNA)만 일부 바꾼 거라 큰 문제가 아니라는 전문가들도 있다. 임상시험 완료 전이라도 미국처럼 신속하게 들여오는 게 나은지, 임상시험이 끝날 12월 이후까지 기다리는 게 나은지 방역당국도 판단을 내리지 못한 상태다.
세 번째 딜레마는 국민 둘 중 한 명은 코로나19에 걸린 적이 있다는 점이다. 어떤 전문가는 감염됐던 사람들은 면역세포가 6, 7개월 이상 꽤 오래 바이러스를 기억하기 때문에 개량백신 접종이 꼭 필요하진 않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감염됐던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면역반응이 강하긴 하지만 한두 달 넘게 지속되는지 여부는 명확하지 않다고 반박하는 전문가도 있다. 감염으로 생긴 면역력이 얼마나 간다는 신뢰할 만한 근거가 부족한 상황에서 개량백신을 누군 맞으라 하고 누군 맞지 말라 하기도 애매하다.
국산 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인 한 연구자는 “계속 만들어야 할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고 귀띔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원조 바이러스로 애써 백신을 개발했는데, 애석하게도 찾는 사람이 많지 않다. 백신이 ‘돈’이 되려면 반복해서 맞아야 할 텐데, 코로나19가 더 이상 예방접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약해질지 새 변이가 나오며 독감처럼 ‘계절 코로나’가 돼 유행을 되풀이할지 불확실하다. 네 번째 딜레마다.
하나 더 남았다. 코로나19 백신을 계속 만든다면 독감 백신처럼 만들지, 자궁경부암(HPV) 백신처럼 만들지도 딜레마다. 독감 백신은 해마다 유행할 바이러스 유형을 예측하고 그에 맞춰 매년 새로 제조한다. 자궁경부암 백신은 예방 가능한 바이러스 유형 개수별로 2가, 4가, 9가 등 여러 제품을 만들어두고 접종자가 선택하게 한다. 어떤 방식이 더 효율적이고 안전할지 아직 모른다.
어느 하나 판단하기 쉽지 않다. 섣불리 밀어붙였다간 바이러스의 역습을 허용하게 될 수도 있다. 딜레마는 골치 아프지만 그래도 코로나19의 정체를 생판 몰라 헤맸던 때와 비교하면 여유가 생겼다. 힘들었던 3년이 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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