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myking" VS "잘하겠지"… 기로에 선 74세 찰스

입력
2022.09.1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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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증 영상 퍼지고 해시태그 '#Notmyking' 유행
최근 조사서 63%가 "좋은 왕 될 것"… 기대도↑

찰스 3세 왕이 14일(현지시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관이 안치된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 홀에서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런던=로이터·연합뉴스

찰스 3세 왕이 14일(현지시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관이 안치된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 홀에서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런던=로이터·연합뉴스

영국의 새 왕이 된 찰스 3세의 어깨가 무겁다. 영국과 영연방의 구심점이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빈자리를 서둘러 메워야 하지만, 호감도나 지지도가 높지 않다. 다만 왕의 역할을 잘 해낼 것이라는 여론이 여왕 서거 후 높아진 점은 긍정적이다. 찰스 3세는 어머니의 빛을 계승하느냐, 그림자에 갇히느냐 기로에 서 있다.

윌리엄 왕자에 밀리고... 장례 기간 구설 타고

찰스 3세는 왕이 될 준비만 64년간 했다. 그러나 그의 인기는 시간과 비례하지 않는다. 커밀라 왕비와의 불륜설 속에 다이애나 왕세자비와 이혼했고 이후 다이애나 비가 교통사고로 사망하며 쌓인 반감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영국 여론조사기관 유고브가 지난 5월 실시한 조사에서 찰스 3세의 지지율은 56%였다. 어머니(81%)는 물론이고 아들 윌리엄 왕자(77%)보다 낮았다. 2020년 12월 이후 유고브 조사에서 "여왕을 누가 승계해야 하는가"를 네 차례 물은 결과 찰스 3세는 매번 윌리엄 왕자에 밀렸다.

그래서인지, 여왕 장례 기간 동안 찰스 3세는 유난히 구설을 탔다. 그는 10일(현지시간) 런던 세인트 제임스 궁에서 열린 즉위식에서 선언문에 서명하던 중 책상 위의 만년필을 치우라고 손짓하며 짜증을 냈는데, 이는 전 세계적인 비판의 대상이 됐다. 왕세자 시절 찰스 3세를 보좌한 직원 약 100명에게 해고 통보를 했다는 보도엔 "무정하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영국 SNS에서는 "찰스 3세를 왕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의 해시태그 '#Notmyking'(내 왕이 아니다)이 유행 중이다. 군주제 폐지론도 다시 달아오르고 있다.

14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버킹엄 궁에서 웨스트민스터 홀로 향하는 여왕의 관 주변으로 찰스 3세를 비롯한 왕실 가족들이 보인다. 런던=AP·연합뉴스

14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버킹엄 궁에서 웨스트민스터 홀로 향하는 여왕의 관 주변으로 찰스 3세를 비롯한 왕실 가족들이 보인다. 런던=AP·연합뉴스


"잘할 것" 기대도 높아져... 구심점 역할에 초점 전망

찰스 3세에겐 희소식도 있다. 왕위에 오른 이후 영국인들의 지지와 기대가 커졌다. 유고브가 여왕 서거 이후 실시한 조사에서 "찰스 3세는 좋은 왕이 될 것"이라는 답변은 63%나 꼽혔다. 5월 직전 조사 때 같은 답변은 32%에 불과했다. "좋은 왕이 될 것 같지 않다"는 응답은 32%에서 15%로 줄었다.

여왕 서거 후 찰스 3세가 보여준 리더십에 대한 긍정 평가는 73%에 달했다. 부정 평가는 5%였다. 또 "커밀라 왕비가 역할을 잘 수행할 것"이라는 답변도 53%가 나왔다. 찰스 3세가 먹다 남은 케이크를 플라스틱 용기에 넣어 뒀다 다시 먹는 등 소박하고 검소하다는 사실이 현지 언론을 통해 알려지며 관심을 끌기도 했다.

이 같은 여론을 두고 "새 왕에 대한 일종의 허니문 효과"라는 회의론도 없진 않다. 장례식을 마친 뒤 '진짜 현실'을 마주해야 하는 찰스 3세는 민심 다독이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장례 기간 중 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 웨일스 등 분리·독립 기류가 커진 자치 지역을 모두 방문한다. 13일 북아일랜드에선 "어머니는 이곳 사람들을 위해 기도해왔다"며 손을 내밀었다.

신은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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