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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엉망인데 여왕 장례식에 천문학적 세금"… 싸늘한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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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장례식에 천문학적 비용이 쓰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비판 여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국장(國葬)으로 치러지는 장례식 비용은 100% 세금으로 충당된다. 영국의 정신적 지주였던 여왕을 떠나보내는 의식이지만, 국민들이 ‘먹고사는 문제’로 허덕이는 상황에서 지나친 세금 투입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14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19일 예정된 엘리자베스 2세 국장에 ‘비싼 가격표(hefty price tag)’가 붙었다고 전했다. 장례가 역대급으로 치러지는 점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비용이 들 거라는 얘기다.
영국 정부는 장례 비용 규모를 공개하지 않았다. “적절한 시일 내에 세부 사항을 알리겠다”고 밝힌 게 전부다. 다만 이전에 엄수된 왕족과 유명 정치인의 장례를 통해 소요 자금 규모를 유추해볼 수는 있다.
영국에서 치러진 마지막 국장은 1965년 1월 윈스턴 처칠 전 총리 장례였다. 당시 250만 파운드(약 40억 원)가 넘는 비용이 들었다. 1997년 다이애나비 장례 비용은 300만~500만 파운드로 추산된다. 2002년 치러진 엘리자베스 2세의 모후 장례식에는 540만 파운드(약 87억 원)가 들었다. 국장에 준하는 수준이었던 2013년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 장례 비용은 360만 파운드(약 58억 원)였다.
가장 많은 비용을 차지하는 항목은 경호·보안이다. 각국의 대규모 조문 사절단뿐 아니라 일반 추모객들도 몰리면서 경계 태세를 강화해야 하는 탓이다. 실제 여왕 어머니와 대처 전 총리 장례식 비용의 각각 80%(430만 파운드)와 86%(310만 파운드)가 치안 부문에 사용됐다.
이번 국장에 각국 정상이 대거 참석하고 물가도 천정부지로 뛴 점 등을 감안하면, 훨씬 많은 비용이 소요될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장례식과 이후 예정된 찰스 3세 대관식에 직접 드는 비용만 60억 파운드, 우리 돈으로 9조 원이 넘을 것이라는 분석(인도 이코노믹타임스)마저 나왔다.
문제는 영국의 경제 상황이 어느 때보다 안 좋다는 데 있다. 7월 영국 소비자 물가는 10%를 넘어서며 40년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뛰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불러온 에너지 위기로 다음 달부터 평균 가계지출은 80% 늘어날 전망이다.
내년 초 영국 전체 가구 중 30%(1,050만 가구) 소득이 빈곤선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마저 나왔다. 경기가 최악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막대한 국가 자금이 장례라는 단 하나의 이벤트에 투입된다는 얘기다. NYT는 국장 비용은 국가가 책임지는 점을 언급하며 “여왕의 장례 비용은 영국 납세자가 부담한다”고 꼬집었다.
국장이 경기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영국 정부가 장례가 치러지는 19일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하면서 은행, 증권거래소는 물론, 기업과 상점 등 대다수 시설이 문을 닫는다. 영국 가디언은 “장례식은 국가의 생산성을 급락시킬 수 있다”며 “영국이 기술적 경기침체에 빠질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컨설팅 기업 판테온매크로이코노믹스의 새무얼 톰슨 영국 담당 수석연구원은 이번 달 영국 국내총생산(GDP)이 0.2%가량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다만 일각에서는 여왕의 상징성을 감안하면, 이 같은 비용 추산은 ‘무례한’ 행위라는 비판도 나온다. 영국 유명 방송인 피어스 모건은 트위터에서 NYT 기사를 언급하며 “위대한 여왕에 대해 영국인들이 어떻게 느끼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해당 기사를 본 영국인들이 잇따라 NYT 구독 취소에 나서고 있다고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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