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야당 탄압·정적 제거" 언급 후 봉하 찾은 까닭은

입력
2022.09.14 21:00
공개 회의서 '사법리스크'에 불편한 심기
봉하마을 방문해 盧 전 대통령 묘소 참배
문재인 정부 수사에 친명·비명 '공동 전선'
'친명 지도부' 구성에 일각선 "통합과 멀다"

이재명(왼쪽 네 번째)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당 지도부가 14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에서 참배하고 있다. 김해=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저가 있는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았다. 앞서 공개 회의에서는 정부를 향해 "야당 탄압과 정적 제거에 국가 역량을 소모하지 말라"고 밝혔다. 이 대표 본인의 '사법리스크'에 대한 불편한 심경을 밝히는 한편, 지지층 결속을 염두에 둔 행보로 풀이된다.

"野 탄압·정적 제거에 국가역량 소모 말라"

이 대표는 이날 지도부와 함께 봉하마을을 방문해 노 전 대통령 묘소에 참배하고 권양숙 여사를 예방했다. 이 대표는 방명록에 "실용적 민생개혁으로 국민의 삶을 책임지겠다"고 썼고, 권 여사는 이 대표에게 "민생을 잘 챙기고 사회적 약자를 보듬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에서 신임 지도부 출범 후 봉하마을 방문은 일종의 관례지만, 이날 방문은 이 대표가 자신을 노 전 대통령에게 빗대기 위한 의도가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노 전 대통령 서거의 배경에 검찰의 과도한 표적 수사가 있었던 만큼 지지층에게 이러한 사실을 은연 중에 보여주려는 목적이 있다는 시각에서다.

이 대표는 앞서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윤석열 정부를 향해 "정쟁 또는 야당 탄압, 정적 제거에 국가 역량을 소모하지 말고, 국민의 삶을 개선하는 민생 개선, 한반도 평화 정착, 대한민국 경제산업 발전에 좀 더 주력하길 당부한다"고 말했다. 대표 취임 후 공개 회의 석상에서 사법리스크에 대해 언급한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이 대표는 회의 후 '성남FC 후원금 관련한 수사 결과가 뒤집혔는데 어떻게 보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경찰에 물어보라. 왜 뒤집혔는지"라며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친명·비명, '문재인 정부' 수사엔 한목소리 대응

민주당도 친명·비명계를 불문하고 검·경 수사로부터 이 대표 엄호에 나선 분위기다. 비명계 중진 전해철·설훈 의원이 최근 당 '윤석열 정권 정치탄압대책위원회'에 상임고문으로 합류한 게 대표적이다. 친문재인계인 한병도 의원은 '대통령실 관련 의혹 진상규명단' 단장을 맡아 대여 공세의 선봉에 섰다. 비명계로 분류되는 한 민주당 의원은 "이낙연계, 정세균계였던 의원들이 지금은 '반(反)윤석열'로 뭉쳐져 있다"고 말했다.

계파와 관계없이 이 대표 관련 수사에 대해 한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에는 현 정부의 '문재인 정권 수사'가 있다. 현 정부 들어 검찰이 탈북어민 강제북송·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월성 원전 조기 폐쇄 의혹 등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친명계와 비명계가 이를 '검찰의 보복 수사'로 규정하고 공동전선을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요직엔 친명 투입... 비명 "통합과 멀다" 불만도

다만 이러한 단일대오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장담할 수 없다는 관측이 많다. 주요 당직 인선에 친명 인사들도 채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이날 '복심'으로 불리는 정진상 전 경기도 정책실장을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으로 내정했고, '친명계' 핵심인 김병기 의원을 공천 실무를 담당하는 수석사무부총장으로 임명했다. 당장은 차기 공천권을 쥔 이 대표에 대한 불만이 공개적으로 나오지는 않고 있지만, 일부 비명계 의원들 사이에선 "이 대표가 약속했던 통합과는 거리가 먼 인선"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강진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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