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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 상징' 여왕 서거에 세계 애도 물결… 푸틴도 조전 보내

입력
2022.09.09 08:12
수정
2022.09.10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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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은 변치 않는 연속성의 상징" 각국 정상 추모

8일 미국 워싱턴 영국대사관 앞에서 시민들이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서거를 추모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8일 미국 워싱턴 영국대사관 앞에서 시민들이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서거를 추모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서거 소식에 전 세계는 슬픔에 잠겼다. 각국 정상들은 애도의 메시지를 보냈고, 일부 국가는 조기를 게양하거나 진행 중이던 회의를 중단하며 추모에 나섰다. 우크라이나 침공을 두고 영국과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러시아도 조전을 보냈다. 전쟁 이후 세계가 신냉전 분위기로 얼어붙는 상황에서, 현대사의 상징이자 산 증인인 여왕의 사망은 더욱 뼈아프다는 분석도 나온다.

백악관 조기 게양·에펠탑 소등

8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미국과 영국의 동맹을 강화한 누구와도 비할 수 없는 위엄과 불변의 정치인”이라며 “군주를 넘어 시대를 정의했다. 여왕의 유산이 영국 역사와 전 세계사에 오래도록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과 모든 공공장소, 군부대에 조기를 게양하도록 지시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역시 의회에 조기 게양을 지시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영국에서 최장수, 최장기 재임한 국가 원수로서 우아함과 위엄, 헌신으로 세계의 존경을 받았다”며 “수십 년간 격변의 시기에 언제나 힘을 주는 존재”라고 말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의장국인 프랑스의 제안으로 이날 회의 시작 전 여왕의 서거를 애도하는 묵념의 시간을 가졌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이른바 브렉시트(Brexit)로 다소 관계가 소원해진 프랑스와 독일도 애도의 메시지를 보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여왕이 70년 넘게 영국의 연속성과 통일성을 구현했다”며 “나는 그를 프랑스의 친구이자, 영국과 한 세기에 길이 남을 인상을 남긴 따뜻한 마음을 가진 여왕으로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 파리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기리기 위해 에펠탑 조명을 일찍 소등했다.

8일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영국 대사관에 서거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사진이 걸려있다. 파리=EPA 연합뉴스

8일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영국 대사관에 서거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사진이 걸려있다. 파리=EPA 연합뉴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역시 “그는 수백만 명에게 모범이었고, 영감을 줬다”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과 영국 간 화해를 위한 그의 노력은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연방하원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서거 소식이 전해지자 내년 예산안 관련 본회의 토론을 중단하고, 의원 전원이 기립해 여왕을 기리며 묵념했다.

아픈 과거사를 두고 영국과 ‘불편한 관계’에 있던 아일랜드 역시 추모에 나섰다. 미할 마틴 아일랜드 총리는 “2011년 여왕의 아일랜드 방문은 가장 가까운 이웃과의 관계 정상화에 중요한 단계가 됐다”며 “정부를 대표해 사랑하는 군주를 잃은 영국 국민에게 가장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말했다. 여왕은 2011년 영국 왕으로선 처음으로 아일랜드를 방문, 과거사에 관해 유감을 표했다.

푸틴도 “영국 국민, 용기로 이겨내길”

피 튀기는 전쟁의 한 복판에 있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도 애도의 뜻을 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여왕 서거 소식은 깊은 슬픔”이라며 “우크라이나 국민을 대신해 이 돌이킬 수 없는 상실에 대해 영국 전체와 영국 연방에 진심으로 애도를 전한다”고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영국 왕실에 조전을 보내 “최근 영국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은 여왕과 뗄 수 없는 관계였다”며 “수십 년간 여왕은 세계의 권위뿐만 아니라 국민의 사랑과 존경을 받았다. 어렵고 돌이킬 수 없는 상실에 직면한 이들이 용기로 이겨내길 바란다”고 전했다.

2000년 4월 영국 윈저성에서 엘리자베스 2세(오른쪽) 여왕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런던=AP 연합뉴스

2000년 4월 영국 윈저성에서 엘리자베스 2세(오른쪽) 여왕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런던=AP 연합뉴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등 유럽과 북미 지역 수장들도 줄줄이 추모에 나섰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여왕은 유럽과 그 너머에서 전쟁과 화해, 지구와 사회의 깊은 변화를 목격했다”며 “그는 이들 변화에 걸쳐 연속성의 등대였고 많은 이에게 침착함과 헌신으로 언제나 힘을 줬다”고 밝혔다.

영연방·아시아도 추모 행렬

영국에서 독립한 영연방(Commonwealth of Nations) 국가와 아프리카, 아시아에서도 애도가 쏟아졌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그의 나라와 국민에게 영감을 주는 리더십을 제공한 여왕의 서거가 고통스럽다”며 “여왕은 공적 삶을 통해 위엄과 품위를 체화 했다”고 말했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호주인들의 마음은 영국 국민과 함께 한다”고 말했고,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70년 재임 기간은 우리 모두에 대한 그녀의 헌신에 대한 확고한 증거였다”고 말했다.

브라질은 사흘간의 국가 애도 기간을 선포했고, 아프리카연합(AU)을 비롯, 멕시코와 아랍에미리트, 뉴질랜드, 이스라엘, 케냐, 이집트,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폴란드, 요르단, 파키스탄 등 각국 정상도 애도의 메시지를 보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역시 찰스 3세에게 보낸 조전에서 "중국 정부와 국민을 대표해 개인 명의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서거에 깊은 애도를 표하며 영국 왕실, 정부, 인민에게 진지한 위로를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찰스 3세 국왕과 함께 양국 외교관계 수립 50주년 수립을 계기로 양자 관계의 건강하고 안정적인 발전을 추진해 양국과 양국 국민을 행복하게 하겠다"고 밝혔다.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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