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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경험한 웃음의 심신 치유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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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는 11년째 따라다니는 닉네임이 있다. '이장님'이다. 내가 리더를 맡고 있는 웃음 커뮤니티 이름이 '웃음보따리(里)'인데, 회원들이 "이장님, 이장님" 하고 부르기 시작하면서 닉네임이 됐다. 요즘 쓰는 말로 암 전문언론사 캔서앤서 대표는 '본캐', 웃보리 이장님은 '부캐'인 셈이다.
내가 웃음보따리를 만든 것은 2011년이다. 대장암 3년 차로 암 완치의 훼방꾼인 스트레스를 관리하기 위해 웃음이 꼭 필요했다. 당시 내가 다녔던 신문에 웃음의 치유효과에 대한 칼럼을 연재한 것을 계기로 웃음보따리를 만들었는데, 내 웃는 모습을 보면 저절로 기분이 좋아진다는 소리를 듣는 것도 그 덕분이다.
사실 웃음이 심신건강에 좋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수많은 연구로 웃음의 의학적 효과가 밝혀졌으며, 암 환우를 위한 웃음치료 교실을 운영하는 대학병원도 꽤 있다.
2014년 '생로병사의 비밀'이라는 TV 프로그램에 출연한 적이 있는데, 당시 나는 혈액검사를 통해 웃음의 건강 효과를 수치로 확인할 수 있었다. 웃으면 스트레스 호르몬이 감소한다. 진통 효과가 있는 호르몬(엔도르핀·엔케팔린), 행복 호르몬으로 알려진 세로토닌과 도파민이 잘 분비된다. 면역력과 관계된 감마 인터페론이 증가하고 암세포를 죽이는 NK세포가 활성화된다.
나는 암 환우 코칭·상담이나 공공기관·기업 임직원 대상 강의를 할 때 웃음의 건강 효과를 알리고 함께 웃는 시간을 꼭 집어넣는다. 요즘 심신 스트레스 관리를 위한 명상이 주목받고 있다. 명상도 아주 훌륭한 스트레스 관리 방법이지만, 내 경험으로는 웃음이 명상보다 더 쉽고, 주변 사람들에게 미치는 파급 효과가 더 크다.
코로나19 탓에 2년 이상 오프라인 정기 모임이 중단된 상태지만, 예전에는 정모를 하면 회원들이 2시간 동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웃고 노래하고 춤췄다. 모임에 처음 나왔을 때 불안한 눈빛과 우울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던 암 환우의 삶이 하루하루 바뀌는 모습을 수없이 많이 보았다.
조벽 HD행복연구소 소장에 따르면, 사람은 본능적으로 부정적인 존재이며, 생각의 70~80%는 부정적이다. 따라서 부정적 마음에서 벗어나려면 '의도적으로' 부정적 마음의 3배쯤 되는 긍정적 마음을 갖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한다.
김주환 연세대 교수는 우리가 살면서 겪을 수 있는 역경을 극복하는 힘, 즉 회복탄력성은 노력과 체계적인 훈련을 통해 키울 수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뇌의 전전두엽을 활성화시키고 긍정적인 정서를 유지해 행복감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면 회복탄력성을 키울 수 있다고 주장한다. 긍정적인 정서를 지키는 방법으로 감사일기 쓰기, 자기 용서, 자존감 지키기, 타인 용서, 명상, 규칙적인 운동 등이 제시되는데, 나는 웃음도 아주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의도적 노력'이다. 웃음도 마찬가지다. 웃을 일이 생겨야 웃는 게 아니라, 의식적으로 웃으면 웃을 일이 생긴다.
웃음은 매우 효과적인 라포르(Rapport·상호신뢰) 도구다. 어떤 상황에서도 사람 관계를 따뜻하게 만드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
아침 출근길에 만난 까칠한 팀장에게 미소를 지으며 눈인사를 해보자. '웃는 낯에 침 못 뱉는다'는 속담이 실감날 것이다. 신호위반을 했다고 차를 세운 경찰에게 해맑은 웃음과 함께 선처를 요청해보자. 십중팔구 벌금 액수가 줄어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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