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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두박질쳐 온 '공직자 윤리'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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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백리(淸白吏)’는 유교국 조선이 관리의 이상으로 표상한 영예의 훈장이었다. 직역하면 청렴결백한 관리라는 뜻이지만, 이 칭호를 얻으려면 능력과 인의예지의 윤리성까지 인정받아야 했다. 청백리는 녹선(錄選), 즉 일정 품계 이상의 고위 관료가 추천한 이를 3사(사헌부, 사간원, 홍문관)와 의정부가 심사해 선발했고, 최종적으로 왕이 결정했다. 붕쟁이 심화하면서 녹선 비리도 있었고, 그 탓에 청사에 이름을 올렸다가 삭제되는 일도 더러 있었지만, 그 상징적 의미와 가치는 조선이 망하고 체제와 이념이 바뀐 지금도 존재한다.
현행 국가공무원법도 ‘청렴의 의무’(제61조)를 명시하고 있다. 물론 법이 가리키는 ‘청렴’은 재물에 대한 욕심을 경계하는 청백리의 청렴과는 달라, 직무와 관련한 사례나 증여, 향응을 주고받지 않아야 한다는 의미다.
1981년 제정된 ‘공직자윤리법’으로 4급 이상 일반직 국가공무원과 법관 등에게 재산등록 의무를 부과한 것도, 1993년 2월 갓 취임한 김영삼 대통령이 자신과 직계 존비속 및 배우자의 재산을 공개하며 청와대와 내각, 여당 국회의원의 자진 재산공개를 촉구한 것도, 선의로 보면 ‘청백리’의 가치를 승계하려는 취지였다. 그 조치에 반발해 여당 국회의원 3명이 의원직을 사퇴했고, 박준규 국회의장 등 3명이 탈당했다.
그해 6월 ‘윤리법’이 개정되면서 정무직을 포함해 일정 직급 이상 공무원과 가족의 재산 공개가 의무화됐고, 9월 7일 고위공직자 1,167명과 배우자 등의 재산내역이 헌정사상 처음 관보에 고시됐다. 시민들은 1인 평균 14억4,000만 원의 재산 규모와 석연찮은 증식 경위에 경악했다. ‘땅부자’들이 특히 많았다. 그 여파로 김덕주 대법원장과 박종철 검찰총장, 김효은 경찰청장 등이 경질됐다.
근년의 형국과 비교하자면 그들은, 씁쓸한 말이지만, 시대의 희생양이라 해야 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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