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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렵채집인도 풍요로웠는데…일하는 삶은 왜 힘들어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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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만 년 전 수렵채집으로 생활한 고대인이 기근에 시달리는 농부처럼 힘겹게 살았으리라는 생각은 현대인의 선입견일지도 모른다. 인류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1960년대까지도 수렵채집 생활을 유지한 아프리카의 ‘북부 !쿵족’(!는 일종의 발음기호)은 크게 노력하지 않고도 자연에서 필요한 것들을 얻었다. 1인당 매일 평균 2,140칼로리를 소비하면서도 산업사회 직장인보다 자유 시간이 많았다. 그들은 욕구를 줄임으로써 나름대로 ‘풍요로운 삶’을 살았다.
인류학자 제임스 수즈먼은 최근 국내에 출간한 저서 ‘일의 역사’에서 수렵채집인의 일을 길게 소개하면서 독자에게 의구심을 일으킨다. 현대인은 과로사라는 용어가 등장할 만큼 시간과 에너지를 일에 쏟지만 일이 '원래 그런 것’은 아니었다는 이야기다. 저자는 인류학뿐만 아니라 생물학과 경제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얻은 통찰을 바탕으로 인류가 일을 어떻게 정의하고 변화시켜 왔는지 추적한다. 이는 산업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을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괴롭히는 일이 어떻게 변화할지 전망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존 메이나드 케인즈 등 학자들은 인간이 열심히 일해서 생활 수준이 높아지면 ‘절대적 필요’가 충족돼 노동 시간이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절대적 빈곤층이 아닌 노동자도 더 많이 일하려고 애쓴다. 새로운 소비재를 구입하기 위해서다. 인간이 일에 끌려다니게 된 셈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제4차 산업혁명은 새로운 일이 나타나는 것보다 빠르게 ‘괜찮은 일자리’마저 없애는 상황이다. 저자는 마법 같은 해법을 제시하기보다 독자가 그의 표현대로 ‘경제적 성장에 상응하지만 지속불가능한 집착’을 깨닫도록 일의 역사를 찬찬히 짚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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