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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한 사과' 논란은 정말 MZ세대 문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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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甚深)한 사과'를 '지루하고 재미없는 사과'로 이해한 일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댓글을 두고 조롱과 비판이 잇따랐다. 정말 MZ세대(1980년~2000년대 초반 출생)의 어휘력 부족이 심각한 것일까. '심심하다'는 한자어 표현을 특정 세대가 모두 모르는 것도 아닌데 왜 몇몇 댓글이 세대 전체의 문제로 받아들여진 것일까.
신간 '세대 감각'은 이처럼 세대의 특징을 단순화해 모든 현상을 설명하는 세대 담론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여론조사 전문가이자 영국 킹스칼리지런던 정책연구소장 겸 공공정책학 교수인 바비 더피는 계층, 학력, 성별 등의 중요 변수를 무시한 채 출생 시점만을 기준으로 삼는 세대 분석의 폐해를 꼬집는다. 사회학과 마케팅 영역의 습관적 명명이 세대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을 증폭시키고, 사회 변화의 진짜 중요한 신호를 놓치게 만든다는 이야기다. 저자는 세대 차이에 대한 잘못된 믿음이 아닌 실제적 사회 변화를 알아보기 위해 지난 50년간 전 세계에서 이뤄진 대규모 설문을 분석했다. 300만 명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 자료를 바탕으로 자산과 주거, 사생활과 정치에 이르는 10가지 분야를 살핀다.
예컨대 젊은이들이 방탕한 소비를 한다는 서사는 사실과 다르다. 영국에서는 전체 인구 중 50대 이상 비율이 3분의 1이지만 소비 지출에서는 47%를 차지한다. 미국은 개인 지출의 50% 이상이 50세가 넘는 사람들에 의해 이뤄진다. 1990년대 중반 이후 태어난 Z세대가 이전 세대보다 부유해지는 데 관심이 많다는 일부 매체의 평가도 시대적 영향을 고려하지 않은 오해다. 서구 여러 국가에서 전후 베이비부머가 견고한 커리어를 만들고 난 후 재정 발전의 하향 추세가 나타났다. 저자는 "재정 전망이 어두워지는 시기에 돈에 주의를 집중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풀이한다. 책은 직장 내에 존재하는 세대 신화에 대해서도 "자칫 고용주가 잘못한 일인데도 코호트(통계적으로 동일한 행동 양식을 공유하는 집단)에게 책임을 돌리는 일이 생길 수 있다"고 꼬집는다.
저자는 세대론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다만 미래에 초점을 두고 사회 변화를 읽기 위해서는 균형 잡힌 세대 감각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책에서 말하는 진정한 세대적 사고란 코호트의 영향만 고려한 X·Y·Z식의 명명이 아닌 시대상과 생애 주기, 코호트의 영향을 모두 반영한 것이다. 저자는 "허위의 고정관념이 허위의 세대 전쟁을 키운다"고 강조한다. 세대 이야기가 젊은이를 조롱하고 나이 든 사람을 비난하는 일이 아닌, 공통의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강한 유대로 나타나야 한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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