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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만으로도 고통스러운 데… 우크라에 '혹독한 겨울' 온다

입력
2022.08.29 20:0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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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 3분의 1 '중앙집중 난방' 쓰는데
정부 "난방 더 늦게 켜고 일찍 끌 예정"
천연가스 부족에 가격 상승 '이중고'

3월 8일 우크라이나 키이우 외곽 이르핀에서 한 시민이 이불을 뒤집어쓴 노인의 휠체어를 밀고 있다. 3월이 돼도 여전히 눈이 녹지 않았다. 이르핀=AP 연합뉴스

3월 8일 우크라이나 키이우 외곽 이르핀에서 한 시민이 이불을 뒤집어쓴 노인의 휠체어를 밀고 있다. 3월이 돼도 여전히 눈이 녹지 않았다. 이르핀=A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에 길고 고통스러운 겨울이 예고됐다. 러시아의 침공 여파로 천연가스 공급이 줄고 가격이 뛰자, 우크라이나 정부가 중앙난방 시스템을 예년보다 더 늦게 가동하고 더 일찍 끄기로 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는 전체 가구 3분의 1 이상이 중앙난방에 의존하고 있다.

2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국영 가스회사 나프토가스의 유리 비트렌코 최고경영자(CEO)는 영국 일간 가디언에 “올해 수십 년 만에 가장 추운 겨울을 경험할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을 내놨다.

우크라이나에는 구소련 시절 지어진 오래된 주택과 학교, 공공기관 건물이 많은데, 이곳에서는 중앙집중식 난방과 온수공급 시스템을 사용한다. 정부 기관이 기온이 떨어지는 10월~3월 사이 난방을 켜고 끄며, 개인은 자체적으로 온도 조절을 하지 못한다. 올겨울 정부가 난방 시스템을 예년보다 짧게 가동하겠다고 예고한 만큼 우크라이나 국민 대다수는 추위에 떨 수밖에 없다.

중앙난방이 공급되는 기간에도 따뜻하게 지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비트렌코 CEO는 “실내 온도가 보통 때보다 섭씨 4도 정도 낮은 17, 18도 수준으로 설정될 것”이라며 "기온이 겨울 평균보다 10도 넘게 떨어질 경우에 대비해 담요나 옷가지를 비축해 놓으라"고 조언했다.

지난해 11월 독일 루브민 산업단지 천연가스 수신소 모습. 루브민=AP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독일 루브민 산업단지 천연가스 수신소 모습. 루브민=A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산(産) 에너지에 100% 의존하는 건 아니다. 우크라이나는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 병합 이후 러시아 천연가스 수입을 전면 중단했다. 이후 필요량의 60%는 국내에서 생산하고 나머지는 유럽연합(EU)에서 수입하고 있다.

다만 유럽 역시 주로 러시아 가스를 들여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러시아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가 서방의 대(對)러 제재에 맞서 유럽행 가스관을 조이는 만큼, 우크라이나로 향하는 가스 공급량 역시 줄어들 수밖에 없다.

장기화하는 전쟁으로 재정이 악화한 우크라이나 입장에서는 가격이 급등한 가스를 사들이는 것도 쉽지 않다. 26일 영국 런던 ICE거래소에서 유럽 천연가스 가격 기준인 네덜란드 TTF 가스 선물은 메가와트시(㎿h)당 339.20유로(45만5,000원)로 1년 전보다 약 609% 뛰었다. 비트렌코 CEO는 “(서방의) 재정지원이 없으면 가스 부족으로 난방이 충분하지 않다”면서 "40억㎥ 상당 가스 수입을 위해 100억 달러(약 13조4,000억 원)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에너지 대란으로 자국이 쓸 천연가스와 자금조차 부족한 유럽 나라들이 도움을 주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CNN방송은 “혹독한 겨울 탓에 유럽의 우크라이나 지지가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고 우려했다.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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