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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집에서 살 것인가, 아니 '죽어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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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은 한국 문학의 최전선입니다. 하지만 책으로 묶여나오기 전까지 널리 읽히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한국일보는 '이 단편소설 아시나요?(이단아)' 코너를 통해 흥미로운 단편소설을 소개해드립니다.
시청자 대신 집을 구하러 다니는 예능 프로그램을 좋아한다. '기성품' 아파트 거실에 앉아 TV를 보며 하는 말은 매번 비슷하다. "우리는 언제쯤 저런 집에 살 수 있을까?" 드림하우스는 작은 야외 공간이 있는 집이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로망은 더 커졌지만, 누구나 예측할 법한 보통의 이유(대개 밥벌이와 관련된)로 '언젠가는…'이라는 막연한 생각만 한다.
삶의 길 옆으로 미뤄 둔 일은 드림하우스뿐만이 아니다. 내일이 있으니까. 그런데 우리에게 주어진 불변의 미래는 삶이 아니라 죽음이다. 내일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 사실을 잊고 살기 때문에 '언젠가는…'이란 생각을 하는 게 아닐까. 월간 현대문학 9월호에 실린 최진영의 '홈 스위트 홈'은 폐가를 구입해 자신만의 집을 마련하는 주인공을 통해 동전의 양면과 같은 삶과 죽음, 집의 관계를 곱씹게 한다.
주인공 '나'는 40대의 말기 암 환자다. 30대 중반에 '어진'을 만나 동거를 하다가 바쁜 서울 직장 생활로 서로 지쳐갈 때쯤, 충남 보령의 작은 빌라로 터전을 옮겼다. 앞뒤 창으로 계절마다 색이 변하는 뒷동산을 보며 삶의 여유를 찾아갈 때쯤 암 진단을 받았다. 수술과 항암치료 종료 후 1년도 지나지 않아 암은 재발했고, 이제는 3차 재발을 경계해야 하는 상황이다.
'나'는 암이 3차 재발을 한다고 해도 항암 치료는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죽음은 두려웠다. 고통에 짓눌릴 때는 차라리 죽는 게 나을 것 같았다…내가 피하려고 하는 것이 고통인지 죽음인지도 알 수 없었다." 거듭되는 치료와 재발을 겪으며 자신의 '강함'을 이미 다 써 버렸다고 표현한 주인공은 "살고 싶다는 생각이 아니라 살아 있다는 감각에 충실하고 싶었다"고 가족들을 설득한다.
주인공이 지금의 삶을 살겠다고 결심하고 가장 먼저 한 일은 '쉴 집'을 마련하는 일이다. 성인이 된 후 거쳐 온 집만 아홉 채다. 서울, 김포, 수원 등 지역도 다양하지만 대부분 열 평 남짓한 원룸 전월세. 주인공은 '한 번도 살아 본 적 없지만 기억하는 집'을 '어진'에게 말한다. 드림하우스의 또 다른 표현일지 모른다. 기역자 형태의 단층 주택에 마당 서쪽에는 텃밭이 있는 집.
결국 주인공과 '어진'은 야산 끄트머리에 방치된, 1934년 건축물대장에 최초 기록된 오래된 집을 하나 산다. 다시 아프더라도 혹은 아프지 않더라도 폐가를 새로 단장한 이 '스위트 홈'을 매일매일 손보며 살아가는 삶을 선택한 것이다.
갑작스런 사고에 대비해 스마트폰 등 주요 비밀번호를 공유하자는 생각에 남편과 각자 비밀번호 유서(?)를 작성한 적이 있다. 숫자, 알파벳, 특수문자. 무미건조한 조합들을 적는데 어느새 한껏 감정이 차올랐다. 잊고 살던 죽음의 감각은 그렇게 삶을 다시 깨운다. "나는 죽어가고 있다. 살아 있다는 뜻이다"라는 대목을 읽으며, 어떤 집에 살고 싶은지가 아니라 어떤 공간에서 내 생을 마무리하고 싶은지를 생각해 본다. 뭐 그래도 고금리 시대에 드림하우스로 이사 갈 돈이 생긴 건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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