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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탓' 공방 속 커지는 자포리자 원전 위험...NPT 회의도 빈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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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각 시스템 가동 중단으로 한때 노심융용(멜트다운)이라는 위기를 맞은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전 인근에서 포격전이 계속되고 있다. 원전을 운영하는 우크라이나 국영 기업 에네르고아톰은 방사능 누출 위험 경고 수위를 높였다.
자포리자 원전을 인질 삼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한 러시아는 원전을 우크라이나에 돌려주라는 국제사회 압력에도 나홀로 반기를 들고 있다. 다만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시찰단을 현지에 파견하려고 노력하고 있어, 사태 해결의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7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유럽 최대 규모의 자포리자 원전을 운영하는 에네르고아톰은 "주기적인 포격으로 인해 원전 기반 시설에 피해가 발생했다"며 화재와 방사성 물질 누출 위험을 경고했다.
지난 25일에도 자포리자 원전에는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감돌았다. 원전 인근 야산에서 발생한 화재로 원전에 전력 공급이 1시간가량 끊기면서 냉각 시스템이 마비됐기 때문이다. 냉각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으면 원자로 노심이 녹는 '멜트다운'이라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한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도 쓰나미로 인한 정전으로 냉각수 유입이 중단돼 멜트다운 현상이 일어났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원전 포격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고 있다. 정전 사고를 두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송전선이 훼손돼 사상 처음으로 자포리자 원전이 멈추어 섰다"며 방사성 물질이 누출될 위기를 겨우 넘겼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비상 전력을 가동해 참사를 막고, 다음날 원전 전력망을 복구했지만 여전히 위험한 상태"라고 밝혔다.
반면 러시아는 원전의 방사능 수치는 정상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우크라이나군이 원전을 포격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러시아가 임명한 자포리자주 행정부 수반인 블라디미르 로고프는 이날 러시아 관영 스푸트니크통신에 "오늘 아침 원전 부근 도시인 에네르호다르시에 (우크라이나군의) 포격이 가해졌다"며 "이 지역은 이전에도 포탄이 떨어져 요트클럽이 파괴됐었다"고 전했다.
상황이 갈수록 악화하자 IAEA는 시찰단의 현지 파견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IAEA 시찰단의 자포리자 원전 방문에 대한 협상이 사실상 타결됐다고 보도했다. 시찰은 이르면 오는 29일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단 시찰단이 파견되면 원전을 둘러싼 긴장감은 크게 감소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원전 사태 책임을 두고 양측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실제 사찰이 이뤄질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핵무기 억제를 위한 국제사회 규범인 핵확산금지조약(NPT) 평가회의도 빈손으로 막을 내렸다. 러시아의 반대로 91개 회원국 모두의 승인을 받아야 채택되는 결과문 초안에 관한 합의가 결렬돼 결과문도 없이 26일(현지시간) 폐막한 것이다. 초안에는 자포리자 원전을 점령한 러시아를 비판하고 자포리자 원전을 우크라이나에 돌려줄 것을 촉구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외무부 이고리 비시네베츠키 부국장은 "러시아뿐 아니라 많은 국가가 초안의 여러 사안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스페인 EFE통신은 러시아를 제외한 나머지 국가는 결정문 초안을 받아들일 의향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실질적인 결과에 대한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 데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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