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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포리자 핵재앙 현실로?… 포격으로 전기 끊겨 방사능 유출될 뻔

입력
2022.08.26 20:05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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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전선 공급 모두 끊겨 비상 전력 가동”
바이든, “원전에 IAEA 사찰단 접근 허용해야”
IAEA, “러시아와 사찰 합의 매우 근접”

러시아가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 단지의 24일 전경과 인근에서 화재가 발생해 연기가 솟아오르는 모습. [유럽우주국 코페르니쿠스 센티넬-2 위성 촬영 사진] 에네르호다르=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가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 단지의 24일 전경과 인근에서 화재가 발생해 연기가 솟아오르는 모습. [유럽우주국 코페르니쿠스 센티넬-2 위성 촬영 사진] 에네르호다르=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에 핵 재앙이 닥칠 것이라는 우려가 점점 '실제 상황'에 가까워지고 있다. 포격으로 발생한 화재로 원전의 전력공급이 한때 모두 끊기는 초유의 사태로 방사능이 유출될 뻔했다. 비상 전력 가동으로 참사를 겨우 막았지만, 유럽에 체르노빌 원전 사고 같은 방사능 대재앙에 휩싸일 수 있다는 걱정이 커지고 있다. 자포리자 원전은 이달 들어 대규모 폭격을 당해 기반시설이 파괴된 상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대국민 연설에서 자포리자 원전에 전력을 공급하던 4개의 송전선이 공격받아 전기 공급이 모두 끊겼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유럽 최대 원전인 자포리자 원전에 전력을 공급하는 고압 송전로 4개 중 3개는 지난 3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직후 파손됐다. 마지막 남은 송전로마저 파괴된 것이다. AP통신은 "원전 인근 야산이 포격당해 불이 났고, 송전로에 옮겨붙어 사고가 일어났다"며 "송전로 연결이 복구돼 전력 공급이 재개됐다"고 전했다.

"러시아군 공격이 원인" vs "우크라이나군이 공격"

러시아군이 지난 3월 초부터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에네르호다르 지역에 위치한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 단지를 지난 4월 27일 드니프로강 건너 인근 도시 니코폴에서 바라본 모습. 니코폴=AFP 연합뉴스

러시아군이 지난 3월 초부터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에네르호다르 지역에 위치한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 단지를 지난 4월 27일 드니프로강 건너 인근 도시 니코폴에서 바라본 모습. 니코폴=AFP 연합뉴스

원전에 전력 공급이 차단되면, 핵분열로 가열되는 원자로를 냉각하는 시스템이 마비된다. 이는 ‘원자로 노심용융’(멜트다운)으로 이어져 방사능 누출 위험을 키운다.젤렌스키 대통령은 "디젤 발전기가 즉각 가동돼 전기를 공급했다"며 “그렇지 않았다면 우리는 이미 방사능 사고를 감당하고 있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포격 주체가 누구인지는 불분명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송전로가 훼손돼 자포리자 원전이 사상 처음으로 멈춰섰다.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가를 세계가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자포리자 원전에서 생산한 전력을 크림반도 등 러시아 점령 지역으로 끌어 쓰려고 전력망을 교체하면서 이번 사고가 일어났다는 의심도 하고 있다.

반면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의 소행이라고 반박했다. 러시아 관영 리아노보스트통신은 "우크라이나 부대가 송전선을 고의로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핵 재앙 위협은 앞으로 더 고조될 전망이다. 원전 주변에서 양국의 교전과 네 탓 공방이 그치지 않는 데다, 중재할 세력도 없기 때문이다. 미국 CNN 방송은 원전을 지키던 우크라이나 국적 직원 1만1,000명 가운데 상당수가 이미 탈출했다고 전했다.

바이든 "러시아, IAEA의 원전 접근 허용해야"


러시아가 자포리자 원전에 대한 핵 사찰을 수용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압박이 커지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5일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러시아는 자포리자 원전 통제권을 우크라이나에 돌려주고, 원전에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의 접근을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IAEA도 러시아를 설득하고 있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프랑스24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IAEA의 자포리자 원전 방문 합의에 매우 근접했다"며 "며칠 안에 현장 감시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청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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