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뺄셈의 정치는 안 된다

입력
2022.08.26 18:00
22면

이준석 윤핵관 싸움 국민은 지겹다
야당 협치 앞서 여권부터 보듬어야
법원 결정 존중, 통 큰 포용력 기대

편집자주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선보이는 칼럼 '메아리'는 <한국일보> 논설위원과 편집국 데스크들의 울림 큰 생각을 담았습니다.

지난해 말 호남지역 유세 열차에 함께 탑승했던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당대표. 연합뉴스

지난해 말 호남지역 유세 열차에 함께 탑승했던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당대표. 연합뉴스

‘진보는 분열로 망하고 보수는 부패로 망한다’는 말이 있다. 부정부패가 만연했던 보수 정권과 사분오열하던 민주당의 과거를 돌이켜보면 우리 정치에 딱 들어맞는 격언이다. 그런데 최근 정치 상황에 비춰보면 꼭 그런 것만도 아니다. ‘이준석 사태’로 분당론까지 거론되는 여권의 사정은 참여정부 초기 집권당의 분열을 보는 듯하다. 분열의 정치는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는 정치 본연의 속성이라는 게 도리어 타당한 명제로 보인다.

대선 정국부터 최근까지의 극단적 행보를 돌이켜보면 이준석을 축출한 국민의힘 분위기를 이해 못할 바 아니다. 이준석 전 대표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저에 대해 이 새끼 저 새끼 하는 사람을 대통령 만들겠다고 뛰었다”며 억울해했지만, 홍준표 대구시장 말마따나 왜 자신이 그토록 욕을 먹었는지 먼저 생각해 볼 일이다. 오죽했으면 대선이 피크로 치닫던 지난해 말 그것도 보수진영에서 성상납 의혹을 제기했겠는가. 내부로 총질하는 당대표와 결별하지 않고는 대선 승리가 어렵다는 캠프 안팎의 판단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보기 힘들다.

그렇다고 대선 승리를 지휘한 당대표를 야멸차게 축출할 일은 아니었다. 30대 당대표로서 보수 정당의 구태 이미지를 불식하고 2030 남성 지지를 몰아 대선 승리에 기여한 공로는 무시하고 말았다. 당원권 6개월 중지의 중징계 사유 또한 희한하다. 기소도 되지 않은 성상납 의혹 사건의 증거를 인멸했다는 것인데, 사실관계에 대한 사법기관 판단이 나오기 전에 무턱대고 징계부터 한 셈이다. 26일 법원이 비대위 효력정지 가처분 결정에서 이준석의 손을 들어 줌에 따라 당 대표 축출의 무리수가 법적으로도 확인됐다.

대선 승리 직후 여권의 내홍 자체가 이례적이다. 국정운영의 기틀을 다지는 집권 초반기, 여권 전체가 합심해도 모자랄 판에 대선 과정의 앙금을 털어내겠다며 당대표를 몰아낸 적은 일찍이 없었다. 참여정부 초기의 신당 추진 세력은 쇄신의 기치라도 들었지만 국민의힘 분열은 명분도 없는 권력투쟁 성격이 강하다. 이준석과 윤핵관의 당권경쟁은 도리어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에 심각한 타격만 가했다. 행정입법 견제에 동조하는 원내대표를 배신자로 몰아 축출한 뒤 여권의 일각이 무너졌던 박근혜 정부의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윤석열 대통령은 여당 내홍을 ‘당무’라고 외면하면서 철저히 거리를 두고 있다. “이준석을 거짓말쟁이로 만들기 위해 6월 독대설을 부인한다”는 이 전 대표 주장에도 “만난 적이 없다”고 발을 빼면서 당정분리 원칙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국정운영의 최고책임자가 정당정치에 거리를 두고 여당 갈등에 오불관언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여당 내홍이 국정운영 지지율 하락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비현실적이다. 대통령실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이준석 축출에 대통령 의중이 강하게 반영됐을 것으로 시중 여론은 보고 있다.

윤 대통령은 최근 야당과의 협치에 시동을 걸고 있다. 하지만 당내 분란을 등진 채 야당에 손을 내밀며 통합정치를 주장하는 모양새가 영 어색하다. 윤 대통령을 지지했던 영남과 2030세대의 지지율이 급락하는 현상에 주목한다면 집토끼를 단속하는 방안부터 고민해야 한다. 애초 여권의 다양한 정치세력을 끌어안지 못한 대통령의 정치력 부재가 안타깝다.

윤 대통령은 대선을 치르는 동안 웃자란 정치인이 옆길로 샐 때마다 먼저 손을 내밀어 보듬어 안았다. 뺄셈의 정치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법원이 이준석의 완승을 선언한 만큼 다시 통 큰 포용력을 보여주기 바란다. 보수진영 외연 확장에 기여할 정치인들과의 폭넓은 소통도 외면해서는 안 된다.

김정곤 뉴스부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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