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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시의 '진정한 산책'은19세기에도 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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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을 '서두르지 않고 지향점 없이 한가롭게 여유를 부리는 행위'로 정의한다면 도보 중에도 스마트폰만 쳐다보는 요즘, 진정한 산책자를 발견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이는 산업과 자본주의가 진전한 19세기에도 마찬가지였다. 모든 것이 상품화하는 도시 공간에서 산책자들의 인식과 사유도 변화를 맞았다.
프랑스 저널리스트 루이 후아르트(1813~1865)의 1841년 출간 저서를 번역한 신간 '산책자 생리학'에 따르면, 저자가 살았던 19세기 파리의 산책자들은 실상 산책자로 명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개선문이 있는 에투알 광장, 샹젤리제 거리, 튈르리 공원 등 명소마다 인파로 북적였지만 이들은 유유자적하기보다 물신의 숭배자가 돼 버린 경우가 흔했다.
세계 최초의 풍자 일간지 르 샤리바리의 편집자였던 후아르트는 당시 문학 장르의 하나로 유행하던 '생리학'적 접근으로 산책자 군상을 묘사했다. 이때 생리학은 과학 연구의 틀을 빌려 풍속을 풍자적으로 연구하는 방법이었다. 동식물을 분류하고 생태를 분석하듯 인간 유형을 치밀하게 분석한다는 의미다.
저자는 파리 산책자들의 천태만상을 살펴본다. 5월의 비만한 산책자는 겨우 몇백 보 만에 가까운 카페로 가 이마의 땀을 훔치며 주저앉고 만다. 숲을 산책할 때 볼 수 있는 경치는 따로 있기에 말과 마차로 이동하는 부유층이라면 매일 보는 바깥 풍경이 그저 지겨울 것이다.
'무위도식자', '부랑자', '군인 산책자', '파리의 양아치들' 등으로 분류한 19세기 다양한 산책자 군상은, 어느새 목적이 쇼핑으로 바뀌어버린 현대 산책자의 모습과도 겹쳐 보인다. 저자의 풍자와 맞물려 파리 산책자를 유쾌하게 묘사한 삽화도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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